[헤럴드광장] TDF 2025 만기? 자산배분 조정 여부를 따져라


타겟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는 예상 은퇴 시점을 목표로 주식과 채권 등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연금 전용펀드다. TDF는 전세계 모든 자산에 골고루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점과 연령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조정한다는 장점으로 대표적인 연금펀드로 성장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5년 3월말 현재 국내 TDF 운용 규모는 12조7000억원에 이른다. 퇴직연금에서 10조원 정도, 연금저축에서 1조6000억원 정도 투자했다. 퇴직연금의 펀드 투자 자금 총 75조2000억원 가운데 TDF 비중은 17% 정도다.

TDF 이름을 보면 끝에 2025·2030·2035 등과 같은 숫자가 있는 데 이게 바로 예상은퇴 시기인 목표시점(Target Date)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5년 단위로 만들어져 있는 데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고 자신이 태어난 연도에 60을 더해 가까운 숫자의 TDF를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가 목표시점인 2025 TDF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적지 않은 가입자들이 만기가 됐으니 해지해야 하는 게 아닌가 묻는데 우선 펀드에는 만기가 없다. 목표 시점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자산운용사가 펀드의 운용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급하게 해지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가입한 펀드가 어떤 운용 모델을 가지고 있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상 은퇴 연령에 따라 주식 비중이 낮아지는 펀드 운용 모델이 마치 비행기의 착륙 항로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를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라고 부른다. 그라이드 패스가 은퇴 목표 시점 이후에 투자비중이 일정하게 유지하는 지 혹은 감소하는 지 확인해야 한다. 목표시점 이후에 투자 비중이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To형’이라고 하고 주식 비중이 감소하는 것을 ‘Through형’이라고 한다. 우리보다 앞서 TDF를 만들었던 미국에서 처음에는 ‘To형’만 있다가 목표시점에 이르러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자 목표 시점 이후에도 자산배분 조정을 하는 ‘Through형’이 개발됐다. 따라서 자신이 가입한 TDF가 목표시점 이후에도 자산배분 조정이 이뤄지는 ‘Through형’인지 확인하고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TDF가 규모만큼 질적으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국내 TDF의 글라이드 패스를 획일적으로 만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8년 9월 적격 TDF에 한해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런데 적격 TDF의 요건이 운용기간 내 주식 비중이 80%를 넘지 않고 은퇴 목표 시점 이후에는 4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TDF 글라이드 패스가 최고 주식편입비 80%선에서 출발해 은퇴 시점 40% 안팎으로 획일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다양한 투자성향이나 니즈에 따른 여러 스타일의 TDF가 만들어질 기회가 애초부터 사라진 셈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기계적인 규제를 풀어서 다양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TDF의 글라이드 패스가 어떤 모델로 만들어지고 관리되는 지 공개되고 평가돼야 한다. TDF의 핵심은 글라이드 패스인데 자산운용사들은 ‘블랙박스’라며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설명력이 떨어지는 과거 수익률만 보고 TDF를 평가하는 실정이다. 관리되지 않는 글라이드 패스에 장기투자 했다가는 노후 준비에 실패할 위험이 높다. 미국 등에서는 TDF의 운용목표와 장기 운용성과를 비교하며 글라이드 패스를 적극적으로 관리, 발전시키고 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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