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걸렸다니 수술 거부한 병원들, 인권위 판단은?

인권위, HIV 감염자들이 낸 진정 두 건 조사
A병원 의료진 공개 장소에서 “에이즈” 지칭
B병원 “HIV 전문의 없다” 거부, 질병청 지침 위반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이유로 환자의 수술을 거부한 건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HIV에 감염된 환자의 수술을 거부한 두 의료기관에게 소속 의료인과 직원을 대상으로 HIV 감염인 진료를 위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HIV는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로,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을 일으킬 수 있다.

앞서 지난해 인권위에는 HIV 감염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한 HIV 감염인들이 낸 진정이 두 건 접수됐다.

첫 번째 진정 사건에서 서울 소재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인 A병원은 지난해 1월 비중격만곡증 수술을 예약한 환자가 당일 수술 전 검사에서 HIV 감염사실이 확인되자 수술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A병원 소속 의료인들은 다른 사람들도 있는 공개 장소에서 환자를 두고 “에이즈”라고 말하기도 했다.

A병원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수술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수술 전에 병력을 미리 알리지 않아 더 큰 규모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고 안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진정 사건에서 척추전문병원인 B병원은 지난해 7월 경추 및 흉추 협착증 환자의 수술을 “HIV 전문의가 없다”며 거부했다. B병원은 HIV 감염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한 게 아니라. 환자의 상태가 수술이 필요한 정도가 아니었고 HIV를 관리할 전문 의료진이 없었기 때문에 수술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 판단은 달랐다. 조사 결과 두 병원 모두 수술을 취소하기에 앞서 수술의 필요성이나 효과에 대해 전문의들이 의논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었다. 또한 환자에게 수술이 취소됐음을 전달하며 HIV를 언급했다. HIV 감염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했다고 인권위는 봤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두 병원이 HIV에 대한 지식이나 진료 경험 부족으로 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HIV/AIDS 관리지침’ 등에 따르면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표준주의 지침을 준수할 경우 HIV 감염인을 진료하거나 수술할 시에도 별도의 장비나 시설, 전담 인력은 필요하지 않다. 또한 환자가 HIV 감염인이란 사실을 고지했는지 여부는 수술 등 진료와 치료를 거부할 조건이 될 수 없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이 의료 현장에서의 인권 감수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HIV 감염인을 대상으로 한 부당한 진료 거부가 반복되는 만큼, 병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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