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술·노동 위기 극복하면 잠재성장률 최대 1%P 상승” [멈춰진 성장엔진 다시 돌리자]

저출산·고령화에 생산성 둔화까지…한국경제 삼중고
OECD “韓인구는 향후 60년간 절반으로 줄 듯” 경고
‘일할 사람’ 절벽…재고용·외국인 인재 유치가 돌파구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노동력 확충과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국내외 연구기관이 입을 모아 지적했다. 채용박람회장에 마련된 구직자들이 취업 게시판을 보고는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홍태화·유혜림 기자] 한국 잠재성장률이 급속도로 낮아진 것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고갈과 특정 업종 중심의 제조업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술혁신의 부재가 겹친 결과다. 이에 연구기관들은 고령층 재고용 등으로 노동력을 확충하고 연구개발(R&D) 사업을 지원해 혁신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충고했다. 특히 기술과 노동 분야 직면한 과제를 개선하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증가해 0%대 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2019년(3763만명) 정점을 찍은 이후로 2030년까지 320만명, 2040년까지 추가로 510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KDI 분석에 따르면 30~5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80% 수준이지만, 60세 이상은 50%를 밑돈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기술 흡수력과 적응력이 높은 청년층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경제 성장의 연료인 노동력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셈이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OECD는 ‘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 : 저출산 추세의 이해’ 보고서 한국 출산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의 인구는 향후 60년간 절반으로 줄고,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58%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노동력이 이렇게 급격하게 감소하면 잠재성장률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투입, 자본 투입, 총요소생산성 등 3개 요소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는 이중 ‘노동 투입’ 항목이 상당 부분 잠재성장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당장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새로 태어난 이들이 자라 생산 가능 나이까지 진입하는 데에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연구기관들은 고령층 재고용, 여성 노동 확대, 외국인 노동자 도입 등이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혁신도 필요하다.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면 ‘총요소생산성’이 개선되면서 잠재성장률이 상승할 수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산성 지표다.


한은은 ▷총요소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여성·고령층 노동생산성 개선 등이 성공적으로 달성될 경우, 2040대 후반(2045∼2049년) 잠재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각각 0.7%포인트, 0.1∼0.2%포인트, 0.1%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잠재성장률을 최대 1%포인트는 올릴 수 있다는 의미로 이렇게 되면 한은 분석 경로에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5∼2049년 1.6%까지 상승할 수 있다.

배병호 한은 경제모형실장은 “구조개혁 연구 결과를 고려해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하는 가운데, 기업투자 환경 개선과 혁신기업 육성 등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둔화 속도를 완화하려면 정책적으로 수도권 집중 완화, 일과 가정 양립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여성·고령층 생산성 제고를 위한 다각적 정책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은은 고령층 재고용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현재 구조에서는 은퇴한 이들이 모두 자영업으로 몰리게 돼 비효율적인 노동 배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심포지엄에서 “60세 이상 신규 자영업자의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65.7%는 운수·음식·도소매업 등 취약 업종에 종사한다”며 “이런 현실은 고령층 개인의 생활 안정은 물론 거시경제의 전반적인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 노동자의 자영업 유입을 줄이기 위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했고, 그 과정에서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임금 체계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기관에서도 비슷한 충고가 이어졌다. 라훌 아난드 국제통화기금(IMF) 한국미션단장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고령화에 대응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무역패턴 및 혁신기술 변화, 기후취약성 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산을 어렵게 하는 경제적 제약 요인을 완화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높이고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OECD는 한국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사이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할 대안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안으로는 여성 고용 확대, 실질적인 근무 수명 연장, 외국인 노동력 적극 수용이 꼽혔다.

특히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2023년 기준 16∼64세 인구의 61.4%로, OECD 평균인 63.2%보다 낮다며 성별 고용 격차가 OECD 내 상위권이라고 꼬집었다. 근무 수명에 대해서는 법적 연금 연령보다 낮은 회사별 의무 은퇴나 조기 은퇴를 장려하는 관행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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