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2시간 20분 휴식권’ 재개정 불가피…노동계 “죽으라는 말이냐”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규제개혁위원회 규탄 기자회견
폭염때 사업주 조처의무 규정한 안전보건규칙 개정 무산
질병청 2018~2023년 연평균 온열질환 재해자 수는 863.2명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폭염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사업주의 구체적인 조처 의무를 규정한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의 재검토 권고로 무산되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일 ‘역대급 폭염속 노동자 다 죽이는 규제개혁위원회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폭염 보호대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것이다. 규개위는 2시간 20분 휴식 조항 재검토 요구를 즉각 철회하라”고 규개위를 규탄했다.

앞서 규개위 행정사회분과위원회는 지난달 23일 고용부에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개정안을 규제심사한 뒤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규개위는 폭염특보 발령 기준인 체감온도 33℃ 이상일 때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도록 한 조항을 문제 삼았다. “해당 조항을 위반하면 형사처벌될 수 있고 고용형태·사업형태가 다양한데도 주기적인 휴식 보장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노동자의 건강 장해 예방에 실효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게 규개위의 설명이다. 아울러 해당 조항이 중소·영세 사업장에 부담이 되는 규제라는 지적도 재검토 사유에 포함됐다.

개정안에 담긴 ‘체감온도 33℃ 이상일 때 2시간 이내 20분 휴식’은 고용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 있던 ‘1시간 이내 10분 휴식 보장’을 수정해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이 없어 사업주가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했고, 고용부 역시 이를 받아들여 ‘미준수 시 처벌’받는 조항을 안전보건규칙에 신설했다. 폭염속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사업주의 조치를 규정하는 구체적인 사항이 마련되지 않은채 6월 1일부터 법이 시행된 상황이다. ‘법은 시행되지만, 구체적 조치는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민주노총은 “8개월이 넘도록 세부 규칙을 마련하지 못한 노동부, 노동자의 건강은 무시하고 오로지 기업규제로만 판단하는 친기업 규개위의 행태로 노동자들은 올여름 살인적 폭염에 구체적 보호대책조차 없이 방치되고 죽음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18~2023년 작업장에서 발생한 연평균 온열질환 재해자 수는 863.2명, 입원한 노동자는 144.2명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물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33℃에 2시간은 서 있기만 해도 힘든 조건이며, 보호구, 작업복, 중량물 작업, 기구나 장비의 열, 시설이나 도로에서 발생하는 고열 등 노동자들은 훨씬 더 고온에 노출되어 작업을 하는 실정”이라며 “폭염 시기에는 33℃를 훨씬 초과해 36℃-40℃를 넘나든다. 33℃ 2시간 기준 20분 휴식은 최소한의 조치이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러함에도 최소한의 휴식기준을 ‘일률적 규제’라며 ‘기업의 부담’ 운운하는 것은, 결국 노동자들에게‘폭염에 쓰러질 때까지 일하라’는 것”이라며 “보통의 작업 환경에서조차도 일정 시간의 휴식은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동부 규제영향 분석에도 폭염속 휴식권 보장의 10년간 총편익이 5199억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친기업 규개위는 폭염 속 20분조차 ‘기업의 손해’로 간주하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은 뒷전으로 밀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노동부는 그간 제기되어온 노동자의 휴식권에 저해되는 조항이나 부족한 사항을 보완해서 세부 규칙을 신속히 개정하라”며 “정부에 폭염 세부규칙 마련을 촉구함과 아울러 6월부터 폭염감시단 활동 등을 통해 일터에서 폭염으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모든 노동자의 폭염대책 전면적용, 온전한 휴식권 보장, 폭염시 작업중지권 실질 보장을 위한 법개정 및 시민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 규칙에 담으려던 사업장 온습도계 비치와 폭염 때 조치사항 기록을 비롯해 실내 폭염 작업장 냉방시설 설치, 폭염 때 작업시간 조정 및 휴게시간 부여, 온열질환 의심 때 119 신고 등의 사업주 의무 등도 당분간 시행이 어렵게 됐다. 현행 안전보건규칙의 폭염 관련 사업주 조치 의무는 물·그늘·휴식 제공 같은 포괄적인 내용이 전부다.

이날 고용부는 오는 20일까지 3주간 폭염 고위험 사업장 6만개를 대상으로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에 대한 자율 개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운영 중인 지방관서별 ‘폭염안전 특별대책반’ 활동의 후속 조치로, 현장의 노사가 작업장 특성에 맞는 온열질환 예방 조치사항에 대해 스스로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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