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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층간 소음으로 인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청력을 잃은 채 위대한 음악을 남긴 베토벤이라면, 아마 그 누구보다도 깊이 공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들리는 모든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니다. 소리는 귀를 통해 들어오지만, 뇌는 그중 일부만 선택적으로 지각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는 소리만을 듣고, 나머지는 배경으로 사라진다. 이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의 ‘어텐션(attention)’ 기법이 떠올랐다. 어텐션은 인간이 많은 정보 속에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방식을 모방한 알고리즘이다. 주의가 향한 곳만이 의미를 획득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된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것도 어쩌면 이런 ‘선택적 주의 집중’일지 모른다. 소음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는, 무엇에 집중할지를 의식적으로 훈련한다면 일상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듣고 싶은 것에 귀를 기울이고, 보고 싶은 것에 시선을 고정하는 일. 물론 특정 정보나 관점에만 몰두한다면 편향에 빠질 수 있지만, 감각적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내는 데에는 선택적 주의 집중이 오히려 유익할 수 있다.
딥러닝이라는 기술은 뉴런, 시냅스, 층(layer), 피드포워드(Feedforward)와 백프로파게이션(Backpropagation) 등 인간 뇌를 본뜬 구조로 작동한다.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능력을 향상시켜 나가는 방식은 인간이 감각, 감정, 기억을 통해 자신만의 인식 체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기계가 인간의 뇌를 모방하여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우리는 그러한 기계를 통해 인간의 작동 원리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딥러닝의 어텐션이 높은 연산과 자원을 요구하듯, 인간의 집중 또한 에너지와 시간이라는 자원을 소모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의식적으로, 어떤 것에 집중할지 선택할 필요가 있다.
두통이 있을 때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착용하면 통증이 완화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자극으로부터 주의가 해방되는 순간, 우리는 잠시라도 마음의 쉼을 얻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집중할 대상을 의도적으로 줄인다는 점에서 주의력의 휴식은 필수적이다.
딥러닝에는 이미 학습된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데이터에 맞춰 세밀하게 조정하는 ‘파인튜닝(fine-tun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기존의 습관이나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정보로 조금씩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 규정하지만, 사실은 매일매일 새로운 데이터에 의해 조금씩 조정되고 변화할 수 있는 존재다.
기술은 인간을 모방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을 이해하면 할수록,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하고도 유기적인 작동 방식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기술을 통해 인간을 배우고, 인간을 통해 기술을 성찰하는 이 순환이야말로, 우리가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기술이 인간을 대신할 수 있을지보다, 기술이 인간을 어떻게 더 잘 이해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묻는 시점에 서 있다. 삶은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이며, 결국 우리가 집중한 것들이 우리가 되는 법이다. 어쩌면 인공지능이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통찰은, 인간이 얼마나 선택적인 존재이며, 동시에 얼마나 변화 가능한 존재인가에 대한 자각일 것이다.
김말희 ETRI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