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이름도 다양한 인삼…‘차이’ 알고 먹자


어릴 적 부엌 찬장 한편에는 붉은색 종이함에 담긴 백삼 분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감기에 걸렸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 어머니는 따뜻한 물에 백삼 분말을 타 주셨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휴대하기 편리한 스틱형 홍삼 제품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삼 재배 역사를 보면, 삼국시대에는 산에서 자생하는 인삼, 즉 산삼을 채취해 귀한 약재로 사용했다. 그러나 고려 후기 산삼이 줄어들면서 인공 재배가 시작됐고, 조선시대에는 국가 주도의 인삼 산업이 본격화되었다.

초기 인삼은 수확한 그대로 생식하는 수삼(水蔘) 형태였으나 장기간 보관이 어렵다 보니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사이 수삼을 말린 백삼(白蔘)이 등장한다. 이후 조선 후기에는 수삼을 찐 뒤 건조하는 홍삼(紅蔘)이 만들어졌다. 홍삼은 진세노사이드 알지쓰리(Rg3) 등 기능성 성분 증가로 원기 회복, 면역력 증진 등 효능이 인정되면서 건강식품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현대에 들어서는 백삼과 홍삼의 장점을 절충한 태극삼(太極蔘), 증숙과 건조를 반복한 흑삼(黑蔘), 재배 형태를 달리한 수경재배 인삼까지, 소비자 수요에 맞춘 인삼이 다양하게 생산, 가공되고 있다.

인삼과 관련된 법적 제도는 1972년 제정된 ‘인삼 및 인삼 제품 규제에 관한 법률’로부터 출발한다. 이후 1980년 ‘인삼사업법’이 별도로 제정되며, 인삼 재배와 제조, 유통에 관한 법적 틀이 형성되었다. 같은 해 시행된 ‘인삼산업법’은 인삼을 특산물로 보호하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후 2002년 한국인삼공사의 민영화가 이뤄졌고, 인삼 관련 공공 연구 기능은 농촌진흥청으로 이관돼 현재까지 인삼의 육종, 재배, 가공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산양삼(山養蔘)’은 인삼과 같은 식물임에도 재배 환경과 제도 관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산삼의 희소성 때문에 2000년대 초반 일부 지역에서는 산림에 인삼 종자나 묘삼을 이식해 자연 상태에 가깝게 재배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이에 산림청은 2009년부터 ‘산양삼’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임업 및 산촌 진흥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산양삼의 법적 정의가 최초로 명문화되었다. 현재 산양삼은 산림청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유통할 수 있다. 지난해 식품 원료로 인정됐지만, 건강기능식품 원료로는 아직 등록되지 않은 상태이며, 관련 연구가 산림청 주도로 진행 중이다.

인삼과 산양삼은 모두 인삼 속 식물이지만, 역사, 가공 방식, 제도적 위치에서 뚜렷한 차이를 지닌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의 습득을 넘어, 건강을 위한 올바른 선택과 직결된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의 효능, 법적 유통 기준, 품질인증 여부 등을 정확히 구분하고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찬장 속 백삼에서 오늘날의 스틱형 홍삼까지, 인삼은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시대 요구에 적응해 왔다. 지금도 과학기술과 식품산업, 소비자의 건강 수요 변화에 발맞추며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 중이다. 전통의 가치를 인정하되, 명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인삼을 대하는 가장 건강한 자세일 것이다.

박정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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