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국 말레이시아와의 단교가 불참 배경 추정
러 외무장관, ARF 뒤 평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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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2023년 10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북한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AFR 회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11일 열린다. 그러나 전날인 10일까지 주최 측과 북한 어디에서도 북한 대표단의 참석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외교장관 회의에 끝내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으면 첫 불참이 된다. 북한은 1994년 발족한 ARF에 2000년 가입한 이후, 상황에 따라 외교 수장인 외무상부터 의장국 주재 대사까지 대표단 수석대표의 격을 조정하기는 했어도 아예 불참한 적은 없었다.
특히, 북한이 과거 고립 노선을 탈피, 역내 국가의 지원을 통한 체제 안정을 도모하고자 ARF 가입을 적극 추진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북한은 매년 ARF 의장성명의 내용을 두고 한국과 외교전을 벌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모으려는 한국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 등을 우군 삼아 규탄 수위를 낮추려 했다.
ARF는 북한과 한미일의 외교 수장들이 마주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2000년 당시 백남순 외무상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태국 방콕 회담을 시작으로 박의춘·리수용 외무상 등이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한미와의 회동 여부가 주목받았다.
북한의 불참 배경으로는 의장국 말레이시아와 단교 상태인 점이 우선 꼽힌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 여파로 관계가 악화됐다. 또 말레이시아의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의 미국 신병 인도를 계기로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아세안에는 의장국과 외교 관계가 없는 국가의 경우, 회원국이어도 초청하지 않는 관례가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북한 입장에선 아세안에서의 다자외교를 통해 얻을 게 적고, 그보다는 최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등 양자 외교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 외교 당국은 ARF 직후인 11∼13일로 예고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이 성과를 내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