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한우보다 ‘수입산’…호주산 소고기, 미국산 따라잡았다

상반기 수입 쇠고기 46.9% ‘호주산’
한우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저렴해 주목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정육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지갑 사정을 생각하면 외식은 엄두도 못 내요. 마트에서 한우보다 싼 수입산 쇠고기를 삽니다.”

고물가가 지속되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한우 대신 수입산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은 미국산을 넘어섰다.

18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호주산 쇠고기(냉동·냉장) 수입량은 12만1470톤으로 전년 동기(11만765톤)보다 약 9.6% 늘었다.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은 2022년 16만7186톤, 2023년 18만9653톤, 2024년 20만5402톤으로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쇠고기를 수출한 국가는 미국이었다. 통상 미국산 비중은 전체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2023년 전체 수입산 쇠고기(47만2888톤) 중 미국산(24만5685톤) 비중이 51.9%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48%로 축소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산 쇠고기 비중은 45.8%에 그쳤다.

반면, 호주산은 입지를 넓히고 있다. 호주산 쇠고기 비중은 2022년 35.2%에서 지난해 44.5%까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46.9%를 기록하며 미국산을 앞섰다. 수입 물량의 80% 이상은 냉동육이다.

호주산 쇠고기 소비가 늘어난 이유는 국내 고물가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달 축산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2.2%)을 2배 가까이 웃돈다.

2~3배까지 벌어진 한우와의 가격 차이도 호주산 쇠고기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지난 17일 A 대형마트에서 등심 100g 기준 한우는 1만1000원대에 판매 중이나 호주산은 할인 행사로 3000원에 살 수 있었다. B 이커머스에서는 등심 300g 기준 한우는 3만원대, 호주산은 1만8000원대에 판매 중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우 가격이 평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입산이 여전히 월등하게 저렴하다”며 “지난해부터 수입산 매출이 급증했고 올해도 한 자릿수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올해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이 전년에 이어 또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본다. 저렴한 수입산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생산 상황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쇠고기 수출은 전년 대비 126만5522톤 감소할 전망이다. 소와 송아지 사육마릿수가 지난해보다 2%가량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호주축산공사(MLA) 한국대표부는 올해 호주의 쇠고기 생산량이 전년 대비 약 10% 늘어난 250만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공급량이 늘어나는 호주산 쇠고기에 가격 경쟁력이 더 생기면서 소비자가 더 몰릴 수 있다”며 “최근에는 방목 등 사육 환경 등을 고려한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주목받아 호주산 소고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송이나 보관 기술 등 발달로 수입산 소고기 품질도 과거 대비 향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우 업계는 수입산 쇠고기 확대에 대응해 한우 소비 진작에 나섰다. 한우자조금협회, 전국한우협회 등은 농협, 정부와 이날부터 내달 10일까지 한우를 지금보다 30~5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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