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반복되는 화재 참사, 취약계층 안전망 시급


최근 부산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사고는 여러 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이제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등 이른바 ‘화재취약계층’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비좁고 낡은 건물에 거주하거나 이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은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어렵고,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전환’이다. 경보장치 설치, 전기점검, 소방 교육 등 사전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예방에 투자하는 비용은 사고 이후의 복구비용보다 훨씬 적다.

화재는 예방만큼이나, 발생 이후의 복구 역시 중요하다. 서민이나 소상공인 등은 단 한 번의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고 일상 자체가 붕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이 ‘화재안심보험’인데 이는 저소득 취약계층이 화재 손해를 입었을 때 실질적인 복구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장치이다.

하지만 취약계층의 경우 보험료 부담 때문에 보험가입률이 매우 저조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보험사와 협력하여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료를 보조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예컨대 2024년 경기도는 ‘화재피해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여 취약계층 화재안심보험 가입 지원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은 화재안심보험에 가입함으로써 화재피해 발생 시 주거 안정성을 보장받고 피해복구와 조속한 일상 복귀가 가능해졌다. 올해 개정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통시장 상인 및 상인조직의 화재공제 가입률을 높이기 위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전통시장 화재공제료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이는 보험의 공공적 기능을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부 재정과 민간 보험간 협력 모델이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화재보험협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최근 협회는 대국민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다각적인 캠페인과 함께 화재예방 교육, 취약시설 안전점검, 맞춤형 안전시설 보급 등을 통해 예방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예방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위험에 대비하는 역량을 키워, 보험의 사회적 기능과 수용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이는 민관이 함께 구축해가는 지속가능한 사회안전망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재 예방과 복구는 개별 가구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것은 공동체 전체가 나서야 할 사회적 과제다. 특히 정부와 민간보험사의 협력을 통해 정책적 제도화와 상시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취약계층에게 보험은 이제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재난에 대비한 공동체의 회복 수단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화재 이후의 빠른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연대’의 실천이다.

이경재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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