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책 이르면 8월말 발표…“근본 대책 없인 위기 지속” [벼랑 끝 석유화학]

작년 발표 지원안 뒷받침할 실행안
법제 정비, 금융·세제 지원책 예정
업계 “위기극복 위한 특단조치 필요”
전기료 인하·특별법 등 요구 쏟아져


중국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산업 전체가 장기 불황에 빠진 가운데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지원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국내 주요 석화 공장이 밀집된 여수 산업단지 야경 [여수시 제공]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생산량 감축 및 자구책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불황의 파고를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지원 대책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중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후속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취임하면 이른 시일 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를 준비해 왔으며 상반기 중 발표 예정이었지만, 대선 정국 및 정부 공백 등으로 늦어졌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임 인선까지 완료되면 발표도 빠른 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책에선 설비 폐쇄와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설비 운영 효율화, 신사업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자발적 사업 재편을 유인하기 위해 법제 정비,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대책에는 연구개발(R&D) 등 사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설계해 나갈 때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구체적 지원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한 석화업계 고위 관계자는 “가장 중점적인 내용은 사업 재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범용 중심 사업구조로는 향후 지속가능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3위 업체까지 부도 몰려…업계 위기감 높아=업계는 속도감 있는 후속 대책 발표와 시행으로 최악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입 모은다. 최근에는 국내 3위 에틸렌 생산 업체 여천NCC가 부도 위기까지 몰리며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 50%씩을 보유한 여천NCC는 2020년대부터 본격화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었고 최근에는 전남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여기에 3100억원의 자금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면 디폴트(패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는 상황까지 몰렸다. 일단 지난달 대주주인 한화솔루션이 1500억원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하고, DL도 이달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키며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업계는 여천NCC의 경우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면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 주범인 중국이 증설을 멈추지 않으면 기초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아 비슷한 사태가 계속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이 노후화된 소규모 NCC를 폐쇄하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그럼에도 올해와 내년 각각 900만톤의 (기초석유화학 제품) 신증설 물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대부분 모회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어가더라도 결국 그룹 전반에 부담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산업용 전기료 한시 인하해야”=국내 업계는 구조적 위기 해결을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5월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위기 최소화를 위해 여수시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다른 일부 지역도 지정에 따른 전기료 한시 인하를 희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업체가 계속 오르는 전기료 때문에 아우성인 상황”이라며 “중국 대비 현저히 높은 가격을 고려할 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러시아산 납사를 수입하며 가격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는데, 국내에서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전기료 인하가 가장 현실적인 지원책”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사업재편 승인요건 완화와 공동행위 규제 특례 신설에 대한 당부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 전반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도 속도를 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이외에 고부가·친환경 화학기술의 국가전략기술 지정도 필요한 것으로 꼽힌다. 폐플라스틱의 물리적·화학적 재활용이나 생분해성·바이오 플라스틱 등은 탄소중립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필수기술임에도 불구, 국가전략기술 지정 사례가 전무하단 설명이다. 고은결·한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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