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만리장성 못넘었지만…황금세대 가능성 봤다

아시아컵 8강서 中에 71-79 패배
2017년 이후 8년만의 4강행 실패
3점슛 성공률 12.5%…외곽 난조
이현중·여준석·유기상·양준석 희망
안준호 “팬 있어야 생명력 이어가”


여준석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에서 진군을 멈췄다.

FIBA 랭킹 53위의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중국(FIBA 30위)에 71-79로 패했다.

한국은 2017년 대회(3위) 이후 8년 만의 4강 진출에 도전했지만 만리장성에 가로막혀 고개를 숙였다.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 패배에 이어 한중전 2연패다. 상대 전적은 15승 36패로 벌어졌다.

디펜딩챔피언 호주가 속한 ‘죽음의 조’를 2위로 통과하며 기세를 올렸던 한국은 그러나 카타르·레바논전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3점슛이 침묵하며 경기를 쉽게 풀지 못했다.

한국은 하윤기(kt)가 분전한 덕에 무려 6명의 선수가 2m 이상의 신장을 가진 중국을 상대로 골밑 싸움에서는 선방했지만, 3점슛 24개를 던져 단 3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외곽슛 성공률 12.5%로 중국(28%)에 오히려 뒤졌다.

3쿼터 한때 18점 차까지 뒤졌던 한국은 끈질긴 수비로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을 선보이며 격차를 좁혀나갔다. 4쿼터 7분엔 여준석의 호쾌한 덩크로 6점 차까지 따라붙으며 역전극의 희망을 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외곽슛이 잇따라 림을 외면하는 사이 중국은 내외곽에서 고루 점수를 쌓아가며 종료 31초 전 8점 차로 벌려 사실상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현중 [연합]


비록 4강 여정에는 실패했지만 ‘황금 세대’로 불리는 남자 농구는 아시아컵을 통해 가능성을 봤다.

한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역대 최악의 성적(7위)을 기록했고 2024 파리올림픽 무대는 아예 밟지도 못하면서 암흑기를 맞았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안준호 감독은 허웅, 허훈, 최준용 등 기존의 간판선수들 대신 2000년대생을 대거 중용해 팀 체질을 바꿨다.

한국 역대 최고 포워드 재목으로 꼽히는 2000년생 이현중(나가사키)과 2002년생 여준석(시애틀대) 등 젊은피를 앞세운 대표팀은 국내에서 열린 네차례 평가전에서 빼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오랜만에 농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아시아컵에서도 이현중·여준석은 황금콤비를 이루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레바논전 MVP에 뽑힌 유기상과 양준석(이상 LG), 맏형 김종규(정관장) 등도 제 몫을 충실히 수행했다. 외곽슛과 공격 전개 능력을 두루 갖춘 이정현(소노)이 대회 중 무릎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안준호 감독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안준호 감독은 외곽슛 난조의 원인을 신장의 열세로 꼽으며 빅맨 공백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안 감독은 “중국의 장신 벽에 제공권을 내줘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없었다. 슛 성공률을 높였어야 했는데 상대 장신 선수들의 스위치 디펜스에 막혀 3점이 저조했다”고 짚었다.

이어 “백보드를 지배할 빅맨이 있다면 아시아에서 훨씬 더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여기서 멈췄지만, 선수들은 ‘원팀 코리아’ 정신으로 최선을 다했다. 코트에서 미션을 100% 수행해냈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의 세대교체와 팀워크를 이끌며 모처럼 남자 농구의 희망을 엿보게 한 안준호 감독은 농구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안 감독은 “앞으로도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겠다. 정진하고 비상하겠다”면서 “한국 남자 농구가 동력과 생명력을 이어가게 하는 주체는 팬 여러분이다. 앞으로도 팬 여러분의 목소리에 부응하고, 귀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4강에 진출한 중국은 레바논을 90-86으로 꺾은 뉴질랜드와 16일 준결승전을 치른다. 여기서 승리한 팀이 호주-이란 준결승 승자와 결승에서 격돌하게 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