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의무 소각’까지 국회 문턱 넘나…코스피, 정책 모멘텀 타고 박스권 뚫을까 [투자360]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최근 박스권을 횡보했던 국내 증시가 ‘계절적 약세’로 악명 높은 9월 첫 날을 맞이한 가운데, 미국 기준금리 인하 관련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규제 위협에 어떤 흐름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와 9월 정기국회 개원 등에 따른 증시 부양 정책 논의·도입 등은 증시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미국발(發) 금리 인하에 힘을 싣는 수치가 나오고,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 정책이 가시화하면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탈출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1일 국내 증시는 이번 주 후반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 관련 동향을 관망하면서 주말 사이 돌출한 악재를 소화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31포인트(0.32%) 내린 3186.01로 한 주 거래를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홀로 3661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297억원과 625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8월 25일 3209.86으로 시작했던 지난주 코스피도 지난달 29일 0.32% 내린 3186.01로 한주를 마감했다.

코스피는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한미 정상회담 효과까지 반영하면서 주 초반 3200 고지를 탈환했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상승 재료를 찾지 못하고 3100 선 후반에서 횡보하다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 출회 등으로 하락세를 겪으며 결국 3200 선 아래에서 장을 마쳤다.

이번 주 코스피 지수의 흐름을 두고는 증권가의 예측이 엇갈린다.

우선, 미국발 악재에 국내 증시도 반등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말 뉴욕 증시는 3대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9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2.02포인트(0.20%) 내린 4만5544.88에 거래를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0.64%와 1.15%씩 내렸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공공 데이터센터의 칩 절반 이상을 국산화할 것을 요구하는 가운데 알리바바가 자체적으로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해 시험 중이란 소식이 미국 기술주 주가에 충격을 미쳤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3% 넘게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0개 구성 종목 중 하나를 뺀 전부가 하락하면서 역시 3%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알리바바의 AI 칩 관련 우려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한국 증시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시간으로 지난 29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으로의 장비 반입에 대한 포괄적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예고한 것도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 상무부는 연방관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이 중국 내 생산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한 포괄 허가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위해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사실상 금지했는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이 있는 업체는 미국의 허가 없이도 미국산 장비를 중국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약 3년 만에 VEU 자격이 취소되면서 향후 중국 내 공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계절적으로도 미국과 한국 증시는 9월에 약세를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2000년 이후 9월 평균 수익률은 1.5%이고, 2020년 이후만 보면 평균 수익률이 -4.2%였다”면서 “코스피도 2000년대 9월 평균 수익률 -1.5%, 2020년 이후 9월 수익률 -4.7%로 2024년을 빼고 매번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주 초반 코스피 3200선 돌파 시도가 가능하지만, 전고점 돌파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3200선을 상회하면 단기 리스크 관리 강도를 높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코스피 3200선에서는 추격매수를 자제하고 3100 이하에서는 변동성을 활용한 비중확대, 분할매수에 나서라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9월 코스피 밴드(변동폭)로 2950∼3300을 제시하면서 “실적 대비 저평가주와 낙폭과대 업종인 반도체, 건강관리, 소프트웨어, 철강, 비철목재, 소매(유통), 건설 등에서 단기 트레이딩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반면, 코스피가 이번 주를 계기로 박스권에서 벗어날 여지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대내외적으로 정책 모멘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우선 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8월 미국 비농업 고용보고서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미국 노동시장이 개선된 결과로 나타날 시 금리 인하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고용이 부진한 7, 8월이라는 점에서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고용 데이터가 집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29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기보다 2.6% 소폭 오르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PCE 물가에 주목하는 건,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견조한 GDP로 인해 소폭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라면서도 “9월 가장 중요한 일정인 FOMC 이전까지 PCE, 8월 고용보고서, 8월 소비자물가 등 여러 산을 넘어야 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이날부터 시작하는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1차 상법 개정안에 이어, 집중투표제 도입·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핵심으로 한 2차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바람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주식 양도세 부과를 위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설정하는 세법 개정안을 재고 중인 정부가 기존 ‘50억원’으로 원상복귀한다면 주식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진혁 연구원은 “8월 박스권 장세에 갇혔던 코스피에 정책 되돌림 기대와 더불어 정책 금리 조정까지 이어진다면 지수에 상방 압력이 부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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