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아파트 상가 ‘통매각’ 공식 굳어지나

원베일리·잠실르엘 등 잇단 일괄매각
미분양 리스크에 현금 확보 ‘고육지책’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단지 내 상가를 통매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상가를 일괄 매각하는 방식은 일반에 개별 매각하는 방식보다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상가 분양 시장 침체로 ‘미분양 리스크’를 안고 가기 힘든 상황에서 조합에서 고안해 낸 ‘고육지책’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7년 입주를 앞둔 서초구 반포동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은 상가 일반 분양분을 통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잠실 미성·크로바 조합)은 올해 초 124호실 규모의 상가를 일괄 매각했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와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 등도 상가 매각에 난항을 겪으면서 상가 통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을 통해 지어지는 신규 상가는 조합이 아파트처럼 일반 분양한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수익성 악화가 맞물리면서 과거 분양 흥행을 보장하던 강남권 아파트 단지 내 상가마저 미분양이 속출, 상가 분양가를 절반으로 할인해도 공실이 장기화하고 있다. 조합 입장에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손실이 누적돼 조합 청산 등 후속 사업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조합이 상가 미분양을 피하기 위해 꺼내든 자구책이 통매각이다. 조합이 상가 일반분양 물량을 PM사에 할인 매각하면, PM사가 이를 다시 개별 분양해 차익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5억인 상가가 100개 있다고 가정하면 총 500억원인데, 쪼개서 분양하자니 미분양 리스크가 있어 PM사에 350억원에 할인 매각하는 방식”이라며 “PM사는 개별 호실을 5억원에 팔아 150억원의 수익을 남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조합 입장에선 개별 매각보다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차선책이라는 입장이다. 2023년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1740억원에 단지 내 상가를 통매각한 바 있다. 한형기 전 원베일리 부조합장은 “먼저 분양했던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상가 미분양 문제를 보고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고심 끝에 통매각을 결정했으며 지금 돌아봐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전 부조합장은 “소비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서울시도 상가를 제외하고 주택만 짓는 방식을 지원하면서 앞으로 조합이 상가를 통매각 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상가는 꼭 필요한 시설만 넣는 최소한의 규모로 조성하는 방안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때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았던 상가는 이제 ‘기피 자산’이 됐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지속, 소비문화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상가 공실률이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전국 집합상가 공실률은 작년 4분기 10.09%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 10.32% 2분기 10.48%로 높아지고 있다. 집합상가 임대동향 통계에 집계된 투자수익률은 지난해 4분기 1.19%에서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10%, 1.07%로 나타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상가 분양 침체로 통매각이 보편화되면서 매각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이 상가 통매각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향후 신축 단지에서 상가를 통매각하는 현상이 확산할 것”이라며 “다만 조합이 상가 통매각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등 ‘깜깜이 매각’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만큼 상가 통매각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입찰 조건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로명·윤성현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