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CEO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해달라”

이찬진 금감원장 간담회서 요청
해약환급금 준비금 2년새 48%↑
李 “상품설계부터 소비자보호 강화”


이찬진(오른쪽 두 번째)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의 첫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건의된 사안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이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8곳 중 4곳이 건전성 규제 완화를 요청 사항으로 건의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금감원장과 주요 보험사 CEO들과 간담회에서 보험사들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을 최우선으로 요청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소비자가 해약했을 때 환급금으로 돌려주기 위해 준비하는 자금이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이 늘수록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이 커져 배당 등 주주환원에까지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생명·손해보험사의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40조5074억원에 달한다. 2023년 3월에 비해 48% 급증한 수치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늘었음에도 배당을 실시하지 못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화생명은 작년 당기순이익이 별도 기준 17% 늘었고, 현대해상도 작년 역대 최초로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넘었음에도 결산배당을 하지 못했다. 보험업권에서는 향후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적립해야 할 회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는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규제에 이미 해약환급금 대량 인출 위험이 반영돼 있으므로 소비자 보호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신계약 가치 제고를 위해 새 회계제도(IFRS17) 전환 이후 체결된 신규 계약에 대해서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용 배제를 검토해야 한다”라고 했다.

판매수수료 개편을 원안대로 빠르게 진행해달라고 의견도 있었다.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은 현재 금융위원회 자체 규제개혁 심의를 통과하고,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보험대리점(GA)업계는 개편안 도입 시 급격한 설계사 소득 감소 등 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소비자보호법 실천과 관련해 업계의 모범 관행을 제정하자는 아이디어 차원의 의견도 제시됐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가장 먼저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CEO부터 소비자의 관점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를 내재화해야 한다”며 “잘못된 보험상품 설계는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의료체계도 왜곡할 수 있어 상품설계 단계부터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도 현장점검 등을 통해 관련 내부통제가 책무구조도에 반영돼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철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상품 개발 관련 내부통제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도 할인율 현실화를 위해 속도를 조절하되 ‘듀레이션 갭’ 기준 마련 등 금리리스크 관리 기조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현재 도입 추진 중인 ‘기본자본 K-ICS 비율 규제’도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등 연착륙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지연·박성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