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엔솔 직원 구금으로 현지 투자 차질 불가피
사업 목적 비자 발급 받는 데 오랜 시간 걸려
“美 현지 인력 확대 시 비용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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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이민세관단속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을 급습해 인력들을 체포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4일(현지시간) 미국 내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베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한국 근로자 300여명이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당장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진행하고 있는 20여곳 공장 건설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구금 조치로 미국 내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한국 기업들의 현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미국에 신설 또는 증설을 진행 중인 공장만 최소 22곳이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SDI, SK하이닉스, SK온, CJ제일제당, LS전선 등이다. 반도체, 배터리, 전선, 식품 등 전 산업군에 걸쳐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이들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한 자금만 1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에서 370억달러(약 46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건설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원)를 투입하고 있다. SK온은 테네시주와 켄터키주 등에 114억달러(약 16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6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해 관세 리스크에 적극 대응할려고 했다. 올해 초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주요 국가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에 미국 내 투자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투자를 머뭇거리는 국가 및 기업에 막대한 규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한국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택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한국 직원 300여명이 불법체류 명목으로 구금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미국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국내 인력들이 미국 출장 시 불상사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현지에 진행되고 있는 공장 건설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당국은 한국 직원들이 사업 목적의 비자가 아닌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 B-1(단기상용) 비자를 활용한 것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 기업 직원들은 미국 내 근로가 가능한 비자를 발급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ESTA, B-1 비자를 취득해 미국 출장 길에 올랐다. 다만 미국이 비자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됐다.
당장 LG에너지솔루션은 B-1 비자를 발급받은 직원들은 자택에 대기하고, ESTA로 입국한 직원들은 즉시 귀국하도록 조치했다. 또 업무가 남은 출장 직원들에게는 호텔에 머물며 일을 마무리하도록 권고했고, 본사 직원의 신규 미국 출장은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 미국 출장자를 대상으로 “필수적인 출장인지 다시 판단하고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일부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 출장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ESTA를 이용한 미국 출장 시 입국 취소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ESTA를 활용한 미국 출장 때 1회 출장 시 최대 출장 일수는 2주 이내로 하고, 2주 초과 시 조직별 해외담당자에게 문의해달라”고 공지했다.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내 투자에 대한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인력들이 미국 출장에 어려움이 발생한 만큼 공장 건설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지 고용 인력을 늘려야 한다”며 “문제는 현지 인건비가 비싸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