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옷 입고 정부 조직개편안 철회 외쳐
이찬진 출근길 막고 질의했지만 ‘묵묵부답’
이번 주 노조 정비 후 내주 총파업 등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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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1층 로비에서 금감원 노동조합과 직원 수백여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성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금융감독원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정부의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방침에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결정된 직후 금감원은 전 직원 대상 긴급 간담회를 열며 불만 달래기에 나섰지만, 내부 민심은 더욱 악화한 분위기였다. 금감원 노조는 이번 주 대의원 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 주 총파업 등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9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1층 로비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수백명의 금감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금소원 분리를 철회하라”, “공공기관 지정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현장에선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현장 직원의 날 선 비판 발언이 나올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일 금감원 내 금소처를 분리해 금소원을 신설하고, 두 기관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전날 “공적 기관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측조차 우리 편이 아니다”는 반발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연단에 선 금감원 노조 직무대행 정보섭 수석부위원장은 “감독기구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공기관 지정은 철회돼야 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분리를 반대하는 이 자리는 단순히 밥그릇 문제가 아닌, 금융산업과 소비자 보호의 본질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금감원-금소원 분리가 결코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금융사를 직접 감독·검사하는 기관으로, 회계사·변호사·보험계리사·금융IT 전문가 등 2400여명의 다양한 전문 인력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한때 1억원이 넘는 연봉과 함께 ‘신의 직장’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근래 민간 금융사보다 낮아진 연봉에도, 금융감독이라는 공적 역할과 전문성을 이유로 금감원을 택해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업적 자부심이 크다.
하지만 조직이 공공기관으로 전환되면 ‘관료화’하는 것은 물론, 금소처 분리 시 감독·검사와 소비자 보호 간 협업 시너지를 약화시키고, 감독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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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직원들과 취재진을 뚫고 출근하고 있다. [연합] |
금융소비자보호처 소속의 한 직원은 “감독, 검사, 소비자 보호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능”이라며 “옵티머스 사태 당시 영업행위 감독과 소비자 배상이 한 흐름으로 이어졌기에 가능한 결과였는데, 이걸 분리하자는 발상이 과연 실효적인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직원은 “금감원 안에 있는 감독국, 검사국, 금소처 모두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일하고 있다”며 “왜 굳이 인적 교류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을 파견하고, 조직을 쪼개면서 낙후된 근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금감원 본원으로의 출근길에서 직원들과 기자들이 관련 질문을 던졌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출근길이 막히자, 경호팀의 보호를 받으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금감원 직원들은 “은행·보험·증권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땐 잘도 만나다가, 왜 내부 직원은 외면하느냐”며 “한 번만이라도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현재 정식 공문을 통해 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이며, 내부 규정에 따라 각종 절차를 거쳐 공식 투쟁 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이번 주는 노조 체계 정비 주간으로 삼고, 내주부터 총파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 수석부위원장은 “규정상 (대의원 회의 등의) 공지를 일주일 전에 해야 하므로 다음 주까지는 봐야 할 것”이라면서 “조직개편안이 최종안이 아닌 만큼, 성명서 등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