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는 공공기관 지정에 금감원 비대위 사상 첫 파업 불사

16년 만에 ‘관치회귀’에 파업 수순
예산·인사 통제·실무 혼란까지
내주부터 외부 시위 돌입 예정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과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등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까지 공식적으로 구성하며 정부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집단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위는 내주 월요일부터 외부 집회 등 쟁의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특히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사상 첫 파업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들이 비대위를 띄운 핵심 이유는 ‘감독 독립성 훼손’ 우려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과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안이 현실화될 경우 예산·인사·정책 판단이 외부 통제 아래 놓이고, 민원과 제재·감독 권한의 경계도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 내부의 위기의식이다.

밤샘 회의 끝 비대위 공식 출범…쟁의 수순 돌입 예고


11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앞에서는 노조와 직원들이 사흘째 시위를 이어갔다. 직원들은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 “공공기관 지정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 개편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전날 밤 12시 가까이 이어진 긴 회의 끝에 30여명의 비대위 조직을 구성했으며, 3분의 1 이상을 법률 전문가(내부 변호사)로 채워, 향후 쟁의 행위 적법성과 영향에 대한 검토를 병행하기로 했다.

사측 임원은 비대위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협력단’ 형식으로 비대위 업무를 지원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국회·정부 설득을 위한 문서 자료 준비에 들어갔으며, 익일 오전 10시께 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고, 대화 정도에 따라 대외 투쟁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본원 밖에서 시위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집단 파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뒀다. 현장 발언에 나선 정보섭 금감원 노조 수석부위원장(직무대행)은 “감독 독립성과 금융 소비자 보호 체계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있다”며 “법률 검토 없는 무리한 투쟁은 하지 않겠지만, 필요한 수위의 행동은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기관 재지정·조직 분리…“16년 전으로 돌리는 개편”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1층 로비에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과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등 정부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금감원 직원들의 명패가 나열돼 있다. 박성준 기자


금감원 직원들이 조직개편안에 반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감독기구로서의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재지정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의 경영평가와 예산·인사 승인 등의 통제를 받게 돼 감독 판단의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감원은 한때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기타 공공기관에 속해 있었지만, 2009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당시 해제 결정은 정권 차원의 조직 축소나 효율성 논리보다, 감독기구의 본질적인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금감원이 정부 예산·인사·평가 등에서 정부 통제를 받게 되면 감독·검사 판단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런 우려가 반영돼 금감원은 자체 수입(분담금 등)으로 충당하고, 인사나 정책 운영도 상당 부분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번 재지정 움직임은 이런 해제 결정의 의미를 뒤집고 16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셈이어서, 내부 반발의 불씨가 된 것이다.

여기에 금소원을 별도 기관으로 신설하는 분리안이 겹치면서 민원 처리와 감독·제재 기능의 단절, 책임 소재 불명확, 전산 시스템 분리에 따른 실무 어려움, 중복 비용 부담 등 현장 기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IT 예산만 수천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실적으로도 금감원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과거에 비해 크게 악화된 상태다. 과거 ‘신의 직장’이라 불렸던 금감원은 최근 몇 년 새 민간 금융회사에 비해 처우가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누적 퇴직자는 200명을 넘었고, 지난해 평균 연봉도 전년 대비 감소했다. 한 직원은 “정부 관리 아래 묶이면 민간보다 경쟁력 없는 관료 조직이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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