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에 의회까지 접촉…교섭 본격화
“단계별 접근해야…미국도 피해란 점 강조”
강훈식 비서실장, 오후 인천공항 찾아 맞이
![]() |
|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들을 태울 대한항공 B747-8i 전세기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이륙하고 있다. 체포·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은 한국시간 12일 오후에 도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공항사진기자단 |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미국 조지아주(州) 한국인 대규모 구금사태가 발생 일주일 만에 일단락된 가운데 우리 정부는 향후 비자 확대 문제를 두고 미 행정부와 본격적인 외교전에 나설 전망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급파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면담에 이어 미 의회에서 특별 비자 신설과 관련한 법을 발의한 상원의원들을 만나 지원을 당부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오전 민주당 소속 앤디 킴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 빌 해거티 상원의원을 각각 면담하고 최근 조지아주 우리 국민 구금 상황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전날엔 공화당 토드 영 상원의원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향후 상황과 관련해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우리 인력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긴요하다”면서 “루비오 장관과의 면담에서 미국 내에서 투자 기반 활동을 보장하는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 도입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 협의를 위해 한미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한 만큼 관련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미 의회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앤디 킴 의원은 특히 미 백악관을 접촉해 한국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비자제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구금된 한국 국민이 수갑 등 신체 속박 없이 자발적 출국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미 행정부에 매일 촉구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이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앞서 사태 발생 4일 만인 지난 8일 급거 방미했다. 이어 워싱턴DC에 있는 우리 기업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애틀랜타 현지에서 긴급 대응 중인 현장대책반과 화상점검회의를 통해 상황을 보고 받았다. 이어 지난 10일(현지시간) 루비오 장관을 만나 구금 상황의 신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구금 국민의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도록 요청했다.
이번 사태엔 이례적으로 외교부 장·차관이 미국으로 총출동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도 지난 9일 미국행에 나서 구금 국민이 있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현장대책반과 본부에서 파견한 신속대응팀 등의 실무 작업을 지휘했다. 구금 국민이 안전하게 석방돼 신체 속박 없이 호송 버스에 오르는 것을 살피고,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해 전세기 입구에서 국민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한 뒤 함께 탑승했다.
향후 한미는 워킹그룹을 비롯한 각 실무 협상에서 비자 문제 확대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먼저 상용비자인 B-1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의 한국 할당 신설,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 비자인 E4(현재 미 의회에 ‘한국과 파트너 법안’으로 발의)를 신설하는 방안이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밖에 한국 근로자들이 미국 근로자들을 교육·훈련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인력이 미국 공장 건설을 위해 들어와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과 시급성엔 공감하면서도 미국인에 대한 훈련을 언급하는 등 요구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 한국인의 체류와 미국인 연수를 제안하면서 석방 절차가 하루 미뤄지기도 했다.
비자 협상이 한미 관세·안보 협상과 맞물리는 점도 과제다. 한미가 3500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 방안을 놓고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의 압박이 시작된 상황이다. 조 장관을 만난 루비오 장관도 면담 결과문에서 구금 한국인을 언급하지 않고 방위비 분담과 무역협력을 논의했다고만 언급했다. 조 장관은 추가적인 협의가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협상에 대한 미국의 간접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국은 미국이 한국인의 공장 건설 지연에 따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미국 정부가 그동안 묵인해오던 것을 갑자기 칼을 빼 발동한 것이다. 앞으로도 돌발적인 상황이 예상된다”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관급, 실무급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을 각각 접촉해 미국도 피해를 보는 과정을 잘 설득하고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측에 비자 확대 문제가 ‘남는 장사’라는 점을 얘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최 평론가는 이번 사태를 빌미로 미국이 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미국의 전형적인 협상 스타일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판단력을) 흩트리려는 상당한 의도”라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비자 문제를 선결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미 조지아주에서 체포·구금된 우리 국민 316명과 외국인 14명 등 총 330명은 이날 오후 귀국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인천공항에 나가 귀국 근로자들을 직접 맞이할 계획이다. 조 장관은 워싱턴DC에서 별도로 출발해 이날 오후 도착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