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 이럴 줄은 몰랐다…태반이 치료도 교육도 없이풀려났다 [세상&]

연세대 산학협력단 보고서···마약사범 분석
4718명 중 ‘치료 조건’ 기소유예는 14명 뿐
연구진 ‘보호관찰연계 치료’ 모델 도입 제안

마약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마약 투약 사범 절반 이상이 아무런 조건 없이 기소유예로 풀려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풀려난 이들 중 30% 이상이 아무런 치료나 교육 없이 사회로 복귀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보호관찰관의 감독을 통한 치료와 재활을 강제하는 쪽으로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3일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의뢰로 수행한 ‘마약류 중독 치료·재활 유관기관 역할 재정립 및 연계 방안 마련’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마약류 투약 사범 8489명의 55.6%에 해당하는 4718명이 기소유예 처분(2022년 기준)을 받았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들 중 37%가 넘는 3165명이 아무런 제재나 치료적 개입 없이 사회로 복귀했다. 치료를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받은 인원은 단 14명(0.2%)에 불과했다. 보호관찰소의 관리를 받는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는 281명(3.3%),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한 경우는 1258명(14.8%)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법부가 마약 중독을 단순히 범죄로만 취급한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에선 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간주하고 체계적인 치료를 권장하거나 강제한다.

[헤럴드DB]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 중독 관리 시스템이 보건의료, 형사사법, 약물 관리라는 세 개의 축으로 나뉘어 각자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를 담당하는 병원, 처벌을 결정하는 검찰, 교육을 맡은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환자 중심의 통합적이고 연속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연구진은 ‘보호관찰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가칭)’ 모델을 제안했다. 이 모델의 핵심은 보호관찰관에게 기소유예를 받은 마약사범에 대한 관리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마약사범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먼저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가 중독 수준을 평가해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이후 대상자는 보호관찰소에 등록되고 보호관찰관은 지역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연계해 대상자를 전문 의료기관에 배정하고 치료 과정을 관리·감독한다. 이 과정에서 불시 약물검사를 통해 재발을 감시하고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면 기소유예를 취소하는 등 강제력을 동원해 치료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런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치료 인프라, 관리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한국에는 중독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병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지역사회 재활을 담당할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역시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일부 개인이 치료시설 등을 만들어서 운영하지만 규모 면에서 열악할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전체 기소 유예자(4718명)를 이 모델에 따라 관리할 경우 입원 및 외래 치료비로 연간 약 510억원, 보호관찰관 및 중독관리 전문인력 충원에 약 102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마약을 단순 범죄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처벌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법, 치료, 재활이 연계된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