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만에 대회 취소→재개 ‘대혼란’
“컵대회는 이벤트” 강행하다 국제망신
스폰서 피해…일부 구단 보이콧 조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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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가 지난해 10월 KOVO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미래비전 선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한국 프로배구는 지난해 10월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조원태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참석한 성대한 기념 행사에선 ‘글로벌 빅5 KOVO,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라는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새로운 캐릭터·BI와 함께 구단 전력 상향 평준화, 리그 구성원 전문 역량 육성, 국제경쟁력 강화 등 6가지 전략 방향과 과제도 천명했다.
하지만 스무살 성인이 된 KOVO는 겉모습만 ‘프로’였다. 각국 리그 운영의 기본이 되는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을 간과한, 아마추어만도 못한 행정 실기로 국제적 망신을 샀다.
KOVO가 주관하는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컵대회)가 배구계의 비판과 팬들의 비난 속에 비정상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KOVO 사무국은 컵대회 개막전을 치른 13일에서 14일로 넘어가는 자정께 “FIVB와 개최에 대한 최종 답변을 받지 못해 남자부 경기를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9시간 뒤인 14일 새벽엔 FIVB가 뒤늦게 조건부로 컵대회 개최를 승인했다면서 부랴부랴 대회를 속개한다고 발표했다.
FIVB가 제시한 대회 개최 조건은 ▷KOVO컵을 위한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제한, ▷외국팀 및 외국인 선수 참가 불허, ▷세계선수권대회 등록 선수의 출전 불허 등이다.
당초 KOVO는 프로배구 7개 구단과 초청팀 나콘라차시마(태국)를 포함해 총 8개 구단이 참가하는 컵대회 남자부 경기를 13일부터 20일까지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KOVO 측의 미숙한 행정으로 초청팀 나콘라차시마는 한국에 왔다가 공식경기를 한 경기도 못치르고 떠나게 됐다. 또 세계선수권에 등록된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돼 각 구단은 선수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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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VO컵 대회 취소 9시간 만에 재개를 알리는 공지 [KOVO 홈페이지] |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파행은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FIVB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후 3주 이상의 휴식기를 가지고서 각국 리그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나 KOVO는 컵대회를 ‘이벤트 대회’라고 규정하고 대회 개막을 밀어붙였다.
FIVB는 오는 10월 19일까지 국제대회 기간으로 규정했다. 9월 28일 끝나는 세계선수권대회와 휴식기간을 포함한 것으로, 이미 오래 전 공지된 내용이다.
KOVO는 컵대회를 이벤트 대회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KOVO는 통상 컵대회와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우승하면 ‘트레블’(3관왕)이라는 빛나는 영예로 인정해 왔다. 상금도 지급했다. 친선전같은 이벤트와는 급이 다른 무대다.
일부 구단은 보이콧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달 FIVB에 제출한 세계선수권 예비 명단엔 현재 배구대표팀에 속한 14명과 각 소속팀으로 돌아간 11명의 선수가 포함돼 있는데, 일부 구단은 예비 명단에 포함됐던 선수를 컵대회에서 활용할 수 없다면 대회 참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리베로 없이 컵대회에 나서야 하는 현대캐피탈은 보이콧 의사까지 밝혔다.
다만 FIVB는 지난 13일 남자부 A조 개막전에 출전했던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예비 명단 포함 선수들에겐 불이익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번 일로 여수시와 NH농협 등 대회 스폰서에 미치는 손해도 적지 않다. 배구 팬들의 허탈함도 이루 말할 수 없다.
KOVO 사무국은 “이번 일로 많은 분께 혼란을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국제적 망신으로 입은 한국 배구의 이미지 추락과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