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압박 ‘사이버 민병대’ 이어 ‘미국판 전교조 명단공개’까지…찰리 커크 암살 후폭풍[디브리핑]

암살된 우파 행동가 찰리 커크 ‘순교자급’ 추앙에
비판 의견 설 곳 잃어…SNS 검열하는 ‘사이버 민병대’ 횡행
보수단체는 커크 비판 교사 제보받아 “교단에 서면 안돼”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 이후 보수세력의 결집이 강력해지며, 이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사이버 검열, 집단 괴롭힘, 생계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수정헌법 등을 통해 개인적인 신앙, 사상, 가치관을 자유롭게 갖고 표현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고 보장하고 있지만, 우파의 ‘순교자’ 반열에 든 커크에 대해서만큼은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캐롤라이나 팬서스와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경기 시작 전, 관중들이 사망한 찰리 커크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로이터]


美 보수단체 “커크 암살 정당화 교사 제보받는다”


FOX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보수 성향 단체인 1776 프로젝트 정치행동위원회(PAC)는 웹사이트를 통해 찰리 커크의 암살을 정당화하는 교사를 제보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교사들의 정치적 성향을 가늠하려는 의도로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던 것처럼, 커크의 죽음에 대한 태도로 교사의 ‘적합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1766 프로젝트 PAC의 스테파노 포르테 사무총장은 “끊임없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찰리 커크가 살해된 것을 기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다음 세대를 책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당신이 공개적으로 찰리 커크의 살인을 축하한다면, 당신은 아이들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판단력과 인격의 문제다. 이들은 잔인한 사람들이며, 그들을 교실에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1776 프로젝트 PAC이 커크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한 교사들을 두고 “아이들을 가르쳐서는 안된다”고 단언한 만큼, 제보된 교사들에 대해서는 해고 압박 등의 ‘후속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의 개인이나 단체들은 찰리 커크 암살 이후 기존 커크의 언행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이들을 온라인상에서 찾아 해당 사업장에 해고 압박을 넣는 순으로 검열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있는 터닝 포인트 USA 본부 밖에서 우익 운동가이자 터닝 포인트 USA 창립자인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AFP]


정치인 호소에 ‘사이버 민병대’ 활동 시작


커크의 죽음을 조롱하는 이들에 대한 사이버 검열, 집단 괴롭힘 등은 정치인의 호소를 기점으로 광풍이 됐다. 지난 14일 J.D.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커크의 죽음을 조롱하는 이들이 있다고 지적하며 해고를 촉구했다. 이어 15일 플로리다 공화당 하원의원인 랜디 파인은 “찰리 커크의 암살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해고하고 면허를 취소하겠다”며 지지 세력에 이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이후에는 스스로 조직된 ‘사이버 민병대’가 사회관계망(SNS)을 검열, 커크를 조롱한 이들의 신변을 알아내고 사업장에 이들의 해고를 촉구하는 활동에 나섰다. 교사부터 공무원 등 공공부문부터 항공사, 방송국 등 민간 사업장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도 광범위하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X(옛 트위터)에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에어라인이 커크의 암살을 축하하는 발언을 한 조종사들을 비행 스케쥴에서 제외했다고 알리며 “이런 행동은 역겹고, 그들은 반드시 해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비밀경호국은 페이스북에 “커크가 증오와 인종차별을 퍼트렸다”고 쓴 직원을 직위해제 하기도 했다. 사이버 민병대는 아예 ‘찰리를 죽인 이들을 폭로한다’는 홈페이지를 열어 커크를 비판했던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신상이 공개되면, SNS 상의 집단 괴롭힘과 해고 압박이 정해진 순서처럼 뒤따른다.

유명인도 예외없어…‘광풍’ 된 커크 암살 후폭풍


유명인도 이 광풍을 비켜갈 수 없다. MSNBC의 정치 분석가 매튜 다우드는 “커크는 젊은 세대 중 가장 분열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말했다가 바로 해고됐다. ABC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 ‘지미 키멀 라이브!’를 진행해온 지미 키멀은 커크의 암살로 이익을 보려는 이들이 있다고 마가(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구호의 줄임말로 열성 보수층을 뜻함) 세력을 겨냥했다가 6일여간 정직되는 수모를 겪었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 등으로 신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개인의 종교, 철학, 양심 등에 기반해 사상을 자유롭게 갖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 커크의 위상은 ‘순교자 급’으로 커졌고, 이에 대한 비판은 ‘금기어’가 됐다. 보수 진영은 커크에 대한 비판을 ‘혐오발언’으로 규정, 한 치의 관용도 베풀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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