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사태로 정신 못차린 ‘한수원 ’…경주시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

“한수원 본사 차원서 감사 진행 중…결과 따라 재발방지책 마련할 것”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가 최근 경주시내 게시한 현수막 모습.[더불어민주당 경주시지역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경주)=김병진 기자]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의 현수막 사태가 APEC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24일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지역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논평을 내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게시한 불법 현수막은 공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채 시민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긴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해당 현수막에는 ‘5년간 지방세 2190억원 납부’, ‘벚꽃마라톤 국수 제공’, ‘경주시의 자랑 월성원자력본부’, ‘매달 예술의 전당 공연도 한수원이 지원’, ‘법인세만 1조6000억원’ 등의 문구가 포함, 이는 매우 부적절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수도 맛있게 먹었잖아’라는 문장은 경주시민을 대상화하고 조롱하는 듯한 인상을 줘 시민의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6일과 17일에는 월성원자력본부와 한수원 관계자들이 지역위원회를 직접 찾아와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저희는 사과의 대상이 아니다”며 “경주시민에게 먼저 공개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더불어 “한수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사과문은 곳곳에서 드러난 표현의 부정확성과 반복적인 실수는 여전히 한수원의 대외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영태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지역위원장은 “한수원이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수원이 경주시에서 책임있는 공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시민의 권익을 지키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경주시의 자랑 월성원자력본부이 아니라 경주시의 수치 월성원자력본부’라며 경주 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경주 시민 서모씨는 “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가 코앞인데 한수원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며 “세계적인 행사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재를 뿌리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또 일각에서는 “전대욱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의 사과만 능사가 아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에 대해 한수원은 고개를 숙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국무총리실에서도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한수원도 본사 차원에서 감사가 진행 중으로, 조만간 나오는 감사 결과에 따라 일처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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