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국장이었는데”…민주당선 축출 위기, 공화당선 기소, 딸·사위도 타격 [디브리핑]

‘공화 뿌리’ 코미 전 국장, 오바마가 ‘우직함’ 높이사 발탁
‘러시아게이트’ 수사로 트럼프 집권 직후 해임
힐러리 e-메일 수사 여파 민주당선 축출 위기


트럼프 행정부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위증 혐의로 고소했다.[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대가는 컸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위증 혐의와 의회 절차 방해 혐의로 25일(현지시간) 기소됐다.

이번 기소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한 조치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러시아가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 의혹을 수사했다. 이후 코미 전 국장은 2020년 9월 30일 연방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수사 당시 상황을 증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위증을 했다며 강하게 규탄했고, 취임 이후인 2017년 5월 그를 해임했다.

트럼프의 정적이지만, 그의 ‘뿌리’는 공화당이다. 공화당적을 오래 갖고 있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법무부 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를 FBI 국장으로 발탁한 이는 역설적으로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인사를 쓰면 안된다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끝까지 그를 임기 10년의 FBI 국장으로 임명했다. 오바마가 코미 전 국장을 고집한 데에는 정치적 상황이나 권력을 의식하지 않는 ‘우직함’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코미 전 국장은 법무부 부장관 시절인 2004년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내 강경파들의 불법 도청 프로그램 계획을 저지했다. 또 엔론사의 최고경영자이자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친구인 케네스 레이를 분식 회계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강직함이 지나친 탓인지, 그는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해임 위기를 겪었다.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e-메일 게이트’를 수사했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업무 내용을 개인 e-메일 계정으로 받아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e-메일 게이트는 2015년 수사를 벌여 불기소로 종결했으나, 2016년 재수사 방침을 밝혀 정계를 발칵 뒤집었다. 재수사 방침이 전해진 시점은 대선을 불과 11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2015년에는 힐러리를 기소하지 않자 공화당에서 그를 청문회에 불러와 5시간 넘게 추궁했고, 2016년 재수사를 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에서 그를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도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에는 어떤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사는 부정확한 정보, 누설 등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를 비판했지만 끝내 경질하지는 않았다.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닥치는대로’ 수사하는 사안들이 이어지자 그는 공화당에서도, 민주당에서도 정적으로 치부되는 비운의 인사가 됐다.

코미 전 국장은 25일 기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인스타그램에 영상 메시지를 올려 “내 가족과 나는 여러 해 동안 도널드 트럼프에 맞서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며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며,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에 대해 가슴이 아프지만, 나는 연방 사법 시스템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으며 나는 결백하니, 재판을 하고 믿음을 가지자”고 전했다.

코미가 트럼프의 적으로 떠오르면서 그 딸과 사위 역시 고난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코미 전 국장의 딸 모린 코미는 뉴욕남부 연방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하다가 지난 7월 면직됐다. 엡스타인 성범죄사건 등을 담당한 경력이 있는 그는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다. 공교롭게도 엡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고 알려져있다.

코미 전 국장의 사위인 트로이 에드워즈는 버지니아동부 연방지검에서 국가안보부 부부장으로 일해오다 코미 전 국장에 대한 기소가 결정되자 몇 분 후 사표를 냈다. 자신의 장인을 기소하는데 앞장선 린지 핼리건 임시검사장 앞으로 제출한 한 문장짜리 사직서에서 에드워즈는 “헌법과 나라에 대한 나의 서약을 지키기 위해” 검사직을 즉각 사직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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