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가 성공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춤추다 들은 소식…스크린으로 만난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일대기 다룬 영화
‘독립군 대부 표트르 최’ 한러 공동제작
내년 4월 러시아 연해주서 크랭크인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1909년 10월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작전이 실행되던 당시 최재형 선생은 성대한 마을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하얼빈역 인근 다방에서 차를 마시고 때를 보던 안중근 의사는 오전 9시30분쯤 이토 히로부미가 열차 밖으로 나오자, 품속의 권총을 꺼내 수차례 쐈다.

마을 잔치에도 내내 ‘긴장된 얼굴’을 감추지 못했던 최재형 선생은, 마을 사람들과 춤을 추다 ‘거사’가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을 잔치는 이토 히로부미 적격 작전을 위한 위장이었다.

러시아에서 교육받은 최초의 조선인이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무장 투쟁의 정신적 지주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한국과 러시아 합작으로 제작된다.

모닝캄 필름은 영화 ‘독립군 대부 표트르 최’의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제작에 돌입한다고 6일 밝혔다. 최재형 선생의 러시아 이름은 ‘표트르 세묘노비치 초이’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은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에 거주하는 한인의 생계를 돕고 학교를 세웠으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1920년 일본군에 의해 체포돼 그해 4월 7일 순국했다.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지원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모닝캄 필름은 “목숨조차 내려놓고 역사의 불을 지핀 ‘숨은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들이 이 영화를 통해 널리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사할린 등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들이 영화 제작에 1만원씩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는 꼬박 2년이 걸렸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기념사업회 문영숙 이사장의 저서 ‘독립운동가 최재형’을 기반으로 오덕환 감독이 각본 작업에 나섰다.

영화는 러시아 연해주의 사업가 최재형 선생이 부인 엘레나에게 조선의 독립전쟁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장면을 시작으로, 의병부대 ‘동의회’를 조직하는 과정을 그린다.

최재형 선생이 함께 독립군 활동을 한 홍범도 장군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고,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 암살 계획을 세우며 결의를 다지는 순간도 담을 예정이다.

촬영은 내년 4월 최재형 선생의 주요 활동지였던 러시아 연해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러친선협회 이사장이기도 한 문종금 모닝캄 필름 대표가 러시아 영화사와 공동제작 협약을 주도했다.

문 대표는 “러시아와 공동 제작하는 한러 합작 영화라는 점이 큰 의미를 지닌다”며 “영화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 간 관계가 더욱 밀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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