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트럼프의 H-1B 비자였다면 우리 가족 미국 못왔을 것”

CNBC 인터뷰 “직원들 비자 비용 계속 부담…정책 일부 개선 기대”
AMD-오픈AI 동맹에 “놀랍지만 영리한 선택”
AI 수요 폭발적 증가…블랙웰은 산업혁명 출발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미국에 이민하던 당시 지금과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H-1B 비자 정책이 시행됐다면 가족이 미국에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CNBC 간판 프로그램 ‘스쿼크박스’(Squawk Box)와의 인터뷰에서 “그 시절에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적용됐다면 우리 가족은 미국에 이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외국 전문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H-1B 비자 신청 시 고용주가 비자당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보다 100배나 오른 수준이다.

대만에서 태어난 황 CEO는 태국으로 이주한 뒤, 9세 때 형과 함께 미국에 건너왔다. 부모님은 약 2년 뒤 합류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10만 달러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나와 가족이 이곳에 올 기회 자체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민은 ‘아메리칸 드림’의 토대”라며 “이는 누구든 노력과 재능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이상(ideal)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더 많은 기회와 이 나라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미국에 왔다”고 덧붙였다.

현재 엔비디아는 약 1,400건의 H-1B 비자를 지원하고 있다. 황 CEO는 “앞으로도 직원들의 H-1B 비자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겠다”면서 “뜻밖의 행운(serendipity)이 일어날 기회가 여전히 존재하도록 정책에 개선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의 새로운 이민 정책이 자신과 같은 가족의 이민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인재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황 CEO는 AMD가 최근 오픈AI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자사 지분 10%를 오픈AI에 제공하기로 한 것에 대해 “놀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분 제공은) 상상력이 돋보이고 독특하며 놀라운 결정”이라며 “특히 차세대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던 상황에서 회사를 만들기도 전에 10% 지분을 내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 생각에는 영리한(clever)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AMD는 지난 6일 오픈AI와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AI 칩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AMD가 공급하는 GPU는 전력으로 환산하면 6기가와트(GW·1GW는 원전 1기의 발전 용량)에 달한다. 또 오픈AI가 AMD 지분을 최대 10% 인수할 수 있는 선택권도 포함됐다.

엔비디아도 지난달 22일 오픈AI에 향후 10년간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픈AI는 이 자금으로 전력 소모 10GW 규모의 엔비디아 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예정이며, 이는 GPU 400만~500만 개에 해당한다.

황 CEO는 “이 투자 구조는 AMD의 거래와 매우 다르다”며 “엔비디아는 오픈AI에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오픈AI 투자 발표 이후 “엔비디아가 투자한 돈으로 오픈AI가 다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것 아니냐”는 ‘자전 거래(circular nature)’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그는 “오픈AI는 아직 그 돈을 갖고 있지 않다”며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긴 하지만, 자금은 매출 증가, 주식 발행, 부채 등을 통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가 되면 우리도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추가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CEO는 또 “지난 6개월 동안 AI 컴퓨팅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며 “특히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복잡한 추론(reasoning)을 수행하는 모델이 등장하면서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AI 추론 모델은 엄청난 연산 파워를 요구하지만, 결과물이 뛰어나기 때문에 모두가 사용하고 싶어 하는 기술이 됐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Blackwell)’에 대해서도 “수요가 매우 강력하다”며 “우리는 새로운 인프라 확충의 시작점, 즉 새로운 산업혁명의 출발선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또 “AI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크게 앞서 있지 않다”며 “중국은 AI를 지원할 전력 인프라를 훨씬 빠르게 구축 중이며, 에너지 측면에서 중국이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황 CEO는 “급증하는 AI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전력망(grid)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체 발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는 천연가스 기반 자가 발전으로 시작해 향후 원자력 발전까지 고려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에너지 생산에 투자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전력망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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