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휴전’ 트럼프네타냐후 선거 앞두고 치적 쌓기?…중동 평화 요원 우려

인질 석방 등 1차 합의 됐지만
트럼프 노벨상, 네타냐후·하마스 선거 욕심
정작 핵심인 2차 합의 어려울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기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왼쪽에서 이삭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가자지구 평화협상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인질 20명, 팔레스타인 수감자 2000명 석방으로 휴전 1단계를 이행했지만, 실제 중동지역의 평화 정착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요원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단계 협상도 선거를 앞둔 지도자들이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체결한 측면이 있다 보니, 정작 핵심인 2단계 협상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크먼의 ‘중동의 평화가 여전히 요원할 수 있는 이유’라는 칼럼을 통해 이 같은 전망을 내비쳤다. 해당 칼럼에서는 휴전 1단계 합의가 가능한 이유에 대해 “현재로서는 양측(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싸움을 멈추는 것이 이익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내년 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를 격퇴, 전쟁을 끝냈고 인질을 석방시킨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게 필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소속 정당이 과반을 넘지 못해 극우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극우파의 돌발 행동과 본인의 부패혐의 등으로 입지가 불안한 상태다. 1단계 합의가 실행되자 의회에서 “하마스에 대해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며 승전(勝戰)으로 묘사한 것도 자신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로 인식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하마스 역시 조직을 재정비하고,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주장할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FT의 분석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내년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가자지구 전쟁이 계속된 상태에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하마스가 선거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인받으려면 이번 협상안을 받아들여 전쟁을 끝내야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노벨평화상에 대한 개인적 욕심과 더불어 내년 중간선거를 고려하면 정치·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올해 노벨평화상 심의는 이번 협상이 시작되기 전 끝나버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욕심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협상안의 세 축이 모두 정치적 실익을 위해 휴전안을 받아들였지만, 정작 중요한 2단계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크먼은 “정말 큰 질문은 하마스가 진정으로 무장 해제하고 해체할 것인지, 그리고 이스라엘이 철수할 것인지 여부인데 그 징후는 밝지 않다”며 “오히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재확립하고 있고, 경쟁 파벌을 무장 해제시키기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놓치 않으면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로 구성된 다국적 안정화군(ISF)은 파병이 어렵다. 아랍 국가들이 자칫 하마스를 상대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ISF에 군을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국제 사회의 공통된 관측이다.

이는 이스라엘에도 철군하지 않을 빌미를 준다. 라크먼은 칼럼에서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계속 남는다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하마스를 언제든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위험한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고, 어느 시점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분쟁을 재개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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