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상승에 정유사들 하반기 실적 청신호…신사업 성과는 언제쯤?

10월 정제마진 13달러까지 치솟아…올해 최고치
상반기 정유4사 적자 1조 딛고 하반기 흑자 가능성 커져
다만 정유 수요 침체 속에 ‘비정유’ 전환은 여전히 숙제
석화·배터리·SAF…살길 찾는 정유사들

[각사 및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러시아, 미국 등 주요 산유국에서 정유 공급 차질이 계속되며 국내 정유사들은 하반기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리게 됐다. 다만 정유사들이 수 년간 진행해온 ‘비정유’ 전환 성과가 늦어지는 가운데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부담은 계속해서 남아있는 상태다.

복합 정제마진 13달러까지 올라…“이익건전성 높아질 것”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최근 배럴당 13.1달러(약 1만8700원)를 기록했다. 이는 배럴당 3~6달러를 오갔던 수준에서 크게 오른 것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구매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업계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최소 배럴당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올초 경기 둔화 여파로 정제마진이 5달러대까지 낮아지면서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합산 영업손실은 1조3511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선 유럽, 미국 등에서 노후 정유 설비를 대거 폐쇄하고 러시아 정유 설비도 우크라이나 공격에 타격을 받으면서 공급이 크게 떨어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유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서 올해 정유사들의 실적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낮아진 석유제품 재고수준, 생산설비 감축 흐름 등에서 견고한 영업환경이 유지될 것”이라며 “연말 계절적 수요 성수기에 2026~2027년 글로벌 신규 정제설비 유입 이전까지 연장될 가능성에 기존 생산수율이 높았던 정유사들의 이익 건전성은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사들 숙원 ‘비정유’ 전환 성과는 아직


[연합]


다만 정유사들의 ‘비정유’ 전환 투자 성과가 늦어지면서 당분간 재무 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전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석유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정유사들은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실적은 과거 평균적인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비정유 부문에 대한 높은 투자부담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9조원가량을 투입한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국내 첫 ‘정유·석유화학 통합공장’인 샤힌프로젝트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폴리에틸렌 원료 에틸렌을 연 180만(t)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10위권이었던 에쓰오일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4위권으로 상승하면서, 정유사였던 에쓰오일이 석화사로 더욱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계열사 SK온을 통해 배터리 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이어지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파라자일렌(PX·석유화학 기초원료) 개선으로 석유화학 또한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SK온은 원료비 증가로 적자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수년 사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마무리했다. GS칼텍스는 창사 최대 규모 투자인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지난 2022년 올레핀 생산시설 MFC(Mixed Feed Cracker)을 완공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4조7000억원을 투입해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설비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설비를 지어 2022년부터 상업가동에 돌입했다.

이밖에 정부가 최근 로드맵을 발표한 지속가능항공유(SAF)도 정유사들의 유력한 미래 사업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곳은 없다. 대부분이 기존 시설을 활용한 코프로세싱(공동처리)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을뿐 전용설비를 구축한 곳은 없다.

정유사들은 시설 구축에 최소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만큼 세제 지원 등이 없으면 섣불리 투자하기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엔 업황에 따라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되긴 하지만 신규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기에는 아직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