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 군축도 논의할 것”…중국 “희토류·대두·항만·배터리 총공세”
중국, 희토류에서 대두까지 모든 카드 동원 압박…‘수위 조절’ 나설 듯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양국이 사전 기선잡기에 나서며 ‘핫이슈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중국이 희토류 추가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하자,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100% 추가관세 부과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통제(11월 1일 시행 예정) 카드를 꺼내 맞대응했다. 양국은 공개적 감정싸움은 자제하면서도 정상회담을 앞둔 의제 주도권 확보 경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현재 중국은 희토류,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핵심 무기로 맞서고 있다. 여기에 상호 관세율, 대두(콩) 및 식용유 거래, 항만 서비스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 의제가 추가되며 대립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짐부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시 주석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 주석 역시 회담 불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회담 성사 가능성은 커 보인다.
다만, 남은 기간에 의제 조율이 어떤 수준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두 정상 간 회동 형태와 합의 수준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을 취소했다면서, 시 주석과 “상당히 긴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다음 달 10일 미중 제2차 관세 휴전 만료를 앞두고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더 급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뿐 아니라 미국산 대두 수출, 나아가 핵 군축 문제까지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말로 3가지 의제를 공론화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채취와 가공 분야를 사실상 장악한 희토류 문제는 미국이 단기적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동맹과 함께 대응하면서 호주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협약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중국에 맞서려는 기색이다. 물론 이번 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희토류 강경책을 누그러뜨리는 게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지난달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미 대두 농가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어서다. 현재로선 이와 관련해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우리가 핵무기가 가장 많고, 두 번째가 러시아, 중국이 멀리 떨어진 세 번째인데, 4∼5년 안에 너무 많아질 것”이라며 중국의 핵무기 추가 개발 우려를 부각하면서 공세에 나서 주목된다.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유효’했던 고율 상호관세 공격이 중국에는 잘 먹히지 않는 가운데 돌연 핵 군축 문제 의제화로 중국을 압박해 다른 의제에서 중국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이와 함께 중국을 겨냥해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제재를 만지작거린다.
트럼프 미 행정부 내 익명의 소식통들은 전날 로이터통신을 통해 노트북부터 제트엔진까지 미국산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제품들이 중국으로 수출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같은 날 “소프트웨어든, 엔진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수출 통제가 시행된다면 주요 7개국(G7)과 공조 속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베선트 장관 언급대로 가능한 모든 카드를 동원하겠다는 기세다.
중국은 희토류를 전면에 내세워 ‘풀베팅식’ 대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희토류는 AI 반도체, 전기차, 풍력발전기, 스마트폰, 군사무기 등 첨단산업의 필수 원료다.특히 지난 4월 4일 희토류 17종 가운데 중(重)희토류 7종의 대미 수출을 통제 조치로 미국으로부터 엔비디아의 AI용 H20 수출 재개를 끌어내는 재미를 본 중국은 그보다 더한 베팅을 했다.
지난 9일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고,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돼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오는 12월부터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 이외에도 미국을 겨냥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좁힐 목적으로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고,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오토톡스’(Autotalks) 인수에 제동을 걸고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이외에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순t(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 부과에 나섰고, 내달 8일부터 고급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 수출 통제도 시행한다는 추가 공세도 예고한 상태다.
중국 당국의 이런 조치가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20∼23일) 이전에 발표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중전회에서 AI와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 혁신이 담긴 향후 5년간의 경제 청사진을 확정하기 전에 미국에 총공세를 펼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중국 인민을 단결시키는 기제로 활용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 안팎에선 시 주석이 추가 대미 공세를 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상황을 종합해보면 중국의 추가 희토류 수출통제에 맞선 미 대통령의 100% 추가 관세 부과 조처를 축으로 두고 미중 양국이 의제 조율을 해왔음에도 돌파구가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수출통제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어 보인다.
이에 시 주석이 기존 희토류 공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추가 조처로 나아간다면 미중 ‘대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수위 조절’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범람으로 유럽 내 대중 감정이 악화하고 넥스페리아에 대한 네덜란드 정부의 중국 기업인 경영권 박탈 문제로 중국-EU 관계의 균열이 커지는 가운데 희토류 공동 대응을 이유로 한 EU와 미국 간 연대 움직임을 중국은 경계한다.
중국이 미중 무역 분쟁의 우회로 격인 EU가 등 돌리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