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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방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이재명(왼쪽 두번째) 대통령을 만난다. 이튿날인 30일에는 시진핑(세번째)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방한 전 27일~29일까지는 2박3일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맨오른쪽) 총리와 회동한다. [로이터·연합·EPA·A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집권 이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며, 글로벌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견제하고 우방국들과의 결속을 다지는 행보를 이어간다.
23일(현지시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26일부터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밤(아시아는 25일 낮) 에어포스원을 타고 워싱턴을 떠나 26일 오전 말레이시아에 도착,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진다. 이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 실무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는 24일(현지시간)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미국과 중국 고위대표단의 제5차 무역협상 무대이기도 하다. 무역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과 일정 부분 맞물려, 더욱 치열한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단은 이 자리에서 오는 30일 진행되는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도 조율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에서 1박2일 일정을 소화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일본으로 향한다. 이어 이튿날인 28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게 된다.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된 뒤 처음으로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의 정치인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반중(反中)’ 발언을 해와 중국이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인물이다. 중국 관영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 선출 이후 “여자 버전 트럼프가 나왔다”고 비꼬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과 각을 세운다는 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뜻이 맞을 수 있지만, 일본 역시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 부담스러운 의제들이 많은 상황이다. 일본은 관세 협상 과정 중 대미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두고 미국과 세부사항을 조율해야 한다.
현지 언론에서는 협상 중 일본이 미국의 대두와 LNG를 구매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강한 일본’을 내세우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는 이 자리에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올리는 계획을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앞당기겠다는 뜻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2박3일 일정을 소화한 뒤 29일 한국으로 이동한다. 한국 체류 기간은 1박2일로 일본보다 짧지만 ‘대형 이벤트’가 준비돼, 이번 순방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29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지난 8월에 이어 두번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회담 장소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다. 무역협상은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순부터 고위급 회담을 진행중인 양국은 한국의 대미투자 3500억달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 세부 사항을 정해야 한다.
한국은 대출과 보증 등의 비중을 높이고 투자 이행 시기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나 “선불(up-front)”이라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PEC 최고경영자(CEO)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같은 날 저녁 정상들과 실무 만찬(working dinner)에 참석한다.
그 다음날인 30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과는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에 마주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무역협상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22일(현지시간) “상당히 긴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무역의제를 두고 지난 5월부터 지속적으로 협상을 벌여온 양국은 최근 중국의 희토류 통제와 미국의 대중 관세 100% 추가 등으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회동’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한다면, 김 위원장과의 번개 회동이 성사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방영된 CNN 인터뷰에서 북미가 이번에 만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북미가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전적으로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에는 무역 협상 지원을 통해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는 전략이 깔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고, 아세안 정상회의에는 불참하거나 고위급 대표만 보내왔다.
그러나 2기 들어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서의 협력을 실용적인 범위내에서 복원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에서 다음 방문국인 일본과 한국으로 이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적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의 해상 세력 방위선에 해당하는 ‘제1도련선’과 일치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