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숙자는 지식인보다 가치 없는 존재” 서울역 한복판 노숙인 살해, 징역 13년 확정 [세상&]

피해망상, 환청, 조현병 증상
1심 징역 20년→2심 징역 13년
대법, 원심(2심) 판결 확정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망상에 사로잡혀 서울역 한복판에서 노숙인을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13년이 확정됐다. A씨는 범행 계기에 대해 “한 명만 죽으면 전쟁이 멈춘다는 목소리가 들렸다”며 “노숙자는 지식인보다 가치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노숙자를 죽였다”고 진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3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6일 새벽 4시께 서울역 지하보도 입구에서 잠을 자고 있던 노숙인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피해망상, 환청 등 조현병 증상으로 입원·통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전쟁이나 싸움을 멈추기 위해선 노숙인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A씨는 어머니와 함께 경찰을 찾아가 자수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이 분(피해자)이 노숙자가 된 사연을 알지는 못하지만 다른 지식인들보다 가치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죽였다”며 “상류층이 피해를 보는 것보다 노숙자를 살해하는 게 낫다”고 진술했다.

이어 “집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서울역에서 폭동이 일어난다는 생각에 서울역에 갔다”며 “괴물들을 제압하면 싸움을 멈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싸움의 당사자는) 나라 대 나라”라고 했다. 현장 CCTV를 보면서도 A씨는 “칼로 찌를 당시에는 (피해자가)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A씨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반복했다. 최후 진술에선 “반성하고 있지만 나라를 생각한 행동이었음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에선 “세계의 신들이 동쪽과 서쪽에서 싸움을 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전쟁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가 이긴다”고 적었다.

1심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우인성)는 지난해 12월,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방어 불가능한 상황에서 치명상을 입고 숨졌다”며 “죄질이 나쁘고 살인 행위가 공개 장소에서 일어나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범행 경위와 전력을 고려하면 다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적지 않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심에선 징역 13년으로 감형이 이뤄졌다. 심신미약 감경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지난 6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1심) 조치가 이례적인 건 아니지만 치료기록 등을 고려할 때 심신미약 감경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1심은 피고인 행위가 무차별적 범죄라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여러 사정을 볼 때 조현병 발현으로 인한 범행”이라며 “묻지마 범죄의 고의나 반사회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A씨)과 보호자는 조현병에 대한 치료를 방치한 게 아니라 부작용이나 상태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을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주치의 방문이 등 노력도 상당히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가족들이 피고인을 포기하지 않고 양·한방 의학으로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인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감생활을 적극 도우며 재범하지 않도록 치료에 전념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감형의 배경을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 역시 원심(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13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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