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 오롯이 떠안는 현대차·기아, 평행선 걷는 대미 협상에 고심 [비즈360]

현대차 30일, 기아 31일 3분기 실적 발표
관세 직격탄, 양사 영업익 전년比 20% 감소 전망
‘재고 버티기’ 전략도 한계점 임박
한미 협상 불투명, 李대통령 “쟁점 여전히 교착”
업계 “무역협상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경기도 평택항 부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안을 둘러싼 한미 무역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25% 관세 직격탄’을 맞은 현대자동차·기아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미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대 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양국이 연내 관세 협상에서 타결점을 찾지 못하면, 4분기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 3분기 관세 비용만 2.5조원…관세율 25% 유지시 4분기 8조 넘을수도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오는 30일과 31일 컨퍼런스콜을 열고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에서는 양사 모두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2개월간 증권업계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6% 줄어든 2조6287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아 역시 2조2377억원으로 같은 기간 22.3%의 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양사에 ‘조단위’에 달하는 관세 비용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올해 3분기 현대차·기아가 부담한 관세 비용만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점쳐진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현대차 약 1조5000억원, 기아 약 1조2300억원을 각각 관세 비용으로 감당한 것으로 분석했고, 삼성증권은 합산 최대 2조4000억원, NH투자증권과 SK증권도 양사 합산 각각 2조4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25%의 대미 자동차 관세가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관세 비용이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5% 관세율이 지속되면, 현대차그룹이 떠안게 될 연간 관세 비용이 8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15% 관세율을 적용받는 일본 토요타(6조2000억원), 독일 폭스바겐(4조6000억원) 등 주요 글로벌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이미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매듭지으면서 자국 자동차에 대한 대미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췄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에 매겨지는 대미 관세율은 지난 4월부터 무려 7개월째 25%로 유지 중이다.

▶ ‘맑음’과 ‘흐림’ 오가는 한미 협상 기상도…업계 “기업 버티기, 이미 한계점”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업계에서는 대미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현대차·기아의 ‘버티기 전략’이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2분기(4~6월)까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효에 맞춰 양사가 비축한 재고 물량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3분기(7~9월)부터는 현지 생산량을 제외하고 관세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협상 타결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한미 양측이 여전히 신중론을 펴고 있어 합의점이 도출되기까지 난항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15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한국 정부 장관급 고위 관계자들이 후속 논의를 위해 출국하면서 협상 타결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열흘 만에 다시 한미 정상이 현재의 협상 상황에 대해 견해차를 드러내면서 다시 장기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에 동행 중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백악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이 한미 무역협상이 29일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들과 대화하고 있다. [AP]

앞서 지난 24일(현지시간) 한미 무역협상에 관해 “타결에 매우 가깝다”고 발언한 트럼프 대통령도 3일 만에 “(아직 한국 정부와) 조율해야 할 세부 사항이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현지시간으로 26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우리가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관세 협상을 매듭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현지 재고 물량으로 대응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 3분기를 기점으로 매년 쌓이는 ‘조 단위’ 관세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것도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한미 양측이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 무역협상을 매듭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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