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셧다운으로 경제지표 공백
연준위원 의견 양극화로 갈라져…정책 불확실성 확대
연준, 기준금리 0.25%p 인하하면서 12월 1일 양적긴축 종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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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연준 본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기준금리 인하와 12월 양적긴축 종료 예고 방침을 알렸다.[UPI]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의 기대대로 금리가 움직인 가운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의 영향으로 경제지표에 공백이 생기는 등 향후 정책 판단에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됐다. 연준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2월 금리 동향을 두고 위원들간 이견이 상당했다는 점도 공개했다.
▶파월 의장 “셧다운” 언급…경제지표 부재에 판단 부담 증가 = FOMC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낸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을 고려할 때 위원회는 들어오는 자료와 변화하는 전망, 위험 균형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적절한 통화정책 입장을 평가할 때 경제 전망과 관련해 들어오는 정보의 의미를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위원회의 평가는 노동시장 상황, 인플레이션 압력 및 기대, 금융 및 국제 동향에 대한 수치를 포함한 광범위한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는 기존 표현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데이터에 기반해 통화 정책을 결정한다는 연준의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제는 정확한 데이터의 공백으로 정책 결정에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언급하기도 했다. 의회에서 여야 대치로 예산안 처리에 합의를 못하면서 연방정부는 일시적 업무 정지가 한달여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산출하는 공식 경제지표도 확보가 지연되고 있다.
연준은 올해 고용 극대화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2%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두 목표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가운데, 둘 중 하나의 데이터만 부족해도 자칫 경도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셧다운 개시 이후 경제통계 산출 관련 업무를 중단했고, 예외적으로 지난 24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만 원래 일정보다 10여일 지연해 발표했다. 고용지표는 지난달 5일 발표된 8월 비농업 고용지표 이후 신규 지표가 나오지 않는 상태다.
파월 의장도 브리핑에서 강조했듯 고용시장 하방(약화) 위험이 증가한 상황에서, 각종 핵심 데이터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동결부터 ‘빅컷’까지…위원간 견해 양극화 = 시장은 10월 FOMC를 두고 일찍부터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FOMC가 흘러갔지만 내부 의견은 양극단으로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9월 FOMC 의사록은 추가 금리 인하의 시기와 폭을 둘러싸고 위원들 사이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준 위원들은 그간 관세 부과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좀 더 큰 비중을 뒀다가 9월 들어 고용 약화 위험 쪽에 좀 더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위험 균형 판단을 조정했다. 이는 9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의 주된 근거가 됐고, 이후에도 파월 의장은 지난 14일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고용 시장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매파’(통화긴축 선호)위원들은 9월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 입장을 표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금리 동결을 선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회의에서도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0.25%포인트 인하에 반대하며 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반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인 ‘빅컷’을 주장했고, 이달 회의에서도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마이런 이사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이사로, 연일 큰 폭의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FOMC에서 성실히 전하고 있다.
위원들간 이견이 큰 폭으로 갈라져, 향후 통화정책 판단도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월 의장도 오는 12월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인하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12월 1일 양적긴축 종료 선언…단기자금시장 불안 의식했단 분석 = 연준은 이날 FOMC 회의에서 양적긴축을 12월 1일 종료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지난 14일 공개연설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며, 느닷없이 향후 수개월 내에 양적긴축을 종료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파월의 발언에 양적긴축 종료 시기를 두고 월가가 들썩이기도 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QE)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연준은 지난 2022년 양적긴축을 재개, 팬데믹 대응으로 급증한 보유자산을 축소해왔다. 10월 기준 연준 대차대조표상 자산 규모는 약 6조6000억 달러(약 9429조원)다.
연준이 갑작스레 양적긴축 종료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한데는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 연방은행 자료에 따르면 연준이 관리하는 만기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인 SOFR(무위험지표금리)가 지난 28일 4.31%를 나타내는 등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치 상단을 벗어 거래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연준이 만기가 끝난 주택저당채권(MBS) 등을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을 흡수하면서 분기말이나 세금 납부 마감일 등 특수한 시점이 아닌데도 은행의 단기 유동성이 고갈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런 상황이 SOFR 변동성 확대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 여파로 단기자금시장을 넘어 금융시장 전체로 불안감이 확산된 바 있다. 이에 연준은 2019년 7월 리스크에 선제 대응한다는 취지의 금리 인하와 함께 예정보다 빨리 양적긴축을 종료해 시중에 황급히 유동성 공급을 재개하기도 했다. 근래의 상황도 2019년과 비슷한 리스크를 보여, 연준이 양적긴축을 예정보다 앞당기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게 월가의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