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 수준 130% 넘는데도 ‘취약’ 평가
롯데손보 “위법성 소지 있어…대응할 것”
![]() |
| 롯데손해보험 본사[롯데손해보험 제공]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데 대해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상황에서 비계량평가만으로 제재를 내린 것은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자본적정성 기준인 지급여력비율(K-ICS)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문제가 된 ‘ORSA(자체위험 및 지급여력평가체계)’ 유예 역시 법적으로 허용된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는 5일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에서 ‘경영개선권고’ 부과를 의결한 것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중 비계량평가 항목만을 근거로 조치가 내려졌다”며 “이는 감독제도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정기검사와 올해 2월 추가검사를 거쳐 롯데손보의 위험기준 경영실태평가(RAAS) 종합등급을 ‘3등급(보통)’, 자본적정성 부문을 ‘4등급(취약)’으로 평가했다. 롯데손보는 “계량평가상 자본건전성은 3등급(보통)으로 양호한 수준이었음에도, 비계량평가에서 일부 항목이 하향 조정돼 부당하게 제재 사유가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계량평가 하향 사유로 지목된 ORSA 미도입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5-6조의2’에 근거해 이사회 결의를 거쳐 합법적으로 유예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ORSA는 내부모형 검증과 리스크관리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경우 일정 기간 유예할 수 있도록 명시된 제도”라며 “이를 이유로 제재를 내리는 것은 상위 법령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는 현재 금융당국이 ORSA 제도 전면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며, 지난 5월 보험업계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등 제도 시행이 진행 중인 단계라고 덧붙였다.
롯데손보는 “전체 53개 보험사 중 절반이 넘는 28개사가 ORSA 도입을 유예하고 있다”며 “같은 상황의 다른 회사들이 많은데 우리만 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롯데손보는 실적과 재무건전성 지표 역시 개선 추세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293억원, 순이익이 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급여력비율(K-ICS)도 9월 말 기준 141.6%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0%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기검사 당시(173.1%)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에도 업계 평균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롯데손보는 2019년 대주주 변경 이후 장기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 대체투자 축소, 디지털 전환 등 중장기 안정경영에 집중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내재가치 중심의 경영으로 손익 체질이 개선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본구조를 구축해왔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향후 금융위원회 결정 통지 이후 대응 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금감원 평가가 사실관계와 법령 해석에서 과도하게 적용된 부분이 있다”며 “필요한 절차를 검토하되, 회사의 건전성과 고객 신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특정 회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경영관리 및 내부통제 체계 강화를 위한 예방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조치가 보험금 지급이나 영업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예방적 성격의 관리조치”라며 “경영개선권고 기간 중에도 보험료 납입, 보험금 청구·지급, 신규계약 체결 등 모든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지급여력비율도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보험계약자나 영업활동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했다.
금융위는 다만 롯데손보가 과거에도 유사한 지적을 받은 전력이 있고, 최근까지도 자본관리 취약 요인이 반복되고 있어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2021년에도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바 있으며, 당시 문제점이 4년이 지나도록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감독 절차 내에서 개선 계획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권고가 강제성이 있는 ‘경영개선요구’나 ‘경영개선명령’ 단계는 아니지만, 계획 이행이 미흡하거나 개선 효과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상위 단계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10조에 따르면 적기시정조치는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의 순으로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한편, 롯데손보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예정된 결론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조는 4일자 조합원 공지를 통해 “금감원 정기검사 착수 전부터 ‘적기시정조치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공유됐고, 10월 30일 안건소위 결정 역시 이미 예고된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감독기관의 사전 입장 표명과 이어진 본회의 의결은 절차적 정당성에도 의문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의 경영정상화 노력과 상생 노력이 왜곡된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