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변동성 1년전 수준…‘트럼프 쇼크’ 끝나간다”

유로·엔-달러 CVOL 인덱스서 1년 만에 최저 수준

미중 갈등 완화,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시점 등 영향

“세계는 트럼프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어”

미국 달러 지폐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단기 달러화 변동성이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CME그룹의 ‘유로-달러 CVOL 인덱스’와 ‘엔-달러 CVOL 인덱스’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급등했으나 이달 들어 1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CVOL 인덱스는 옵션 시장이 반영한 향후 30일간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연초 급락분을 일부 회복하며 트럼프 당선 직전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미국이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교역국과 관세 합의에 이른 점,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관세 충격을 잘 견뎌낸 점,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시점에 이른 점 등이 꼽혔다.

ING 리서치 책임자 크리스 터너는 “세계는 트럼프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투자자들이 뉴스들을 걸러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이른바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개한 지난 4월 글로벌 외환 시장은 대혼란에 빠지면서 하루 거래 규모가 사상 최대인 약 10조달러로 치솟았다.

여기에 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 우려가 고조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 연준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인덱스는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연초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후 미국 증시가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트레이딩’에 되살아나면서 랠리를 펼치자 여름 들어 달러가 점진적인 반등세로 돌아섰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 조지 사라벨로스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무역 긴장 완화와 ‘자동 조종 모드’에 들어간 재정정책을 배경으로 지목하면서 달러화 예상 변동성의 급락은 “트럼프 충격이 끝났다는 시장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PGIM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 로버트 팁은 “‘미국 예외주의’가 끝났다는 말들이 많지만, 크게 보면 달러는 지난 몇 년간 강한 통화였다”며 올해 달러 약세는 “상승장 속의 조정”일 뿐 “종말의 시작”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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