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필리조선소, 여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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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 크레인의 모습 [한화오션 제공] |
한미가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 관련 내용을 포함한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이번 주 안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팩트시트가 발표되는대로 기획재정부 주도로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인하된 관세율 적용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팩트시트 발표 여부와 관련해 “이번 주(안에)는 나오는데, 오늘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간 이견이 커지는 등 기류 변화 조짐과 관련해선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기존대로 (팩트시트가) 나오는데, 발표 시점만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애초 한미 팩트시트는 지난 주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잠 논의가 추가되면서 지연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원잠 건조를 전격적으로 승인하면서 미국 내 국무부, 상무부, 에너지부 등 관련 부처가 세부 내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일 KBS와 인터뷰에서 “거의 완성 단계”라며 “금명간(조만간) 발표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원잠의 건조 장소를 두고 미 상무부가 우리 정부와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의 원잠 도입이 한미 동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원잠 건조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냈지만 상무부의 경우 미국 내 조선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등 미국 내에서 원잠을 건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SNS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유수 조선 업체들이 필라델피아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남긴 바 있다. 원잠의 미국 내 건조를 대미 투자 패키지의 한 축인 ‘마스가(MASGA)’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무부의 이같은 주장이 각 부처 내에서 힘을 얻으면서 논의가 더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국내 건조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안 장관도 “우리 국내 기술과 설비가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하는 것이 여러 조건에서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발표 시점과 관련해선 미국 정부가 역사상 최장 기간의 ‘셧다운’을 겪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여기엔 원잠 관련 부처인 상무부와 에너지부도 포함돼 있다. 다만 9일(현지시간) 최대 10명의 민주당 상원 의원이 셧다운 사태를 끝내기 위한 공화당의 임시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지난 5일 있었던 미국 연방 대법원의 관세 협상 위법성 심리도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이달 내로 한미 관세 협상 관련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이달 1일자로 인하된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팩트시트에 원잠 건조 장소와 관련한 내용이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경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필리조선소가 그렇게 크지 않다. 잠수함을 놓고 만들 만한 현실적인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서 “전혀 생산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 건조한다’는 얘기는 아마 넣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문혜현·서영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