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은 변방회사, 대박났다”…올해만 8조 ‘잭팟’, ‘바이오씬’에서 가장 핫한 이 회사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최은지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불과 2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에서조차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에서 변방회사였던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회사로 확실히 인정을 받았습니다.”

17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무대에 선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 바이오텍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올해만 글로벌 빅파마 두 곳과 최대 8조원대 규모로 플랫폼 기술을 이전하면서 전 세계의 눈을 사로잡았다.

내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계기로 벌써부터 미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4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최대 4조10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에 이어 지난 12일 미국 일라이릴리와 최대 3조8000억원의 ‘그랩바디-B(Grabody-B)’ 플랫폼 기술이전을 체결했다.

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은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약물의 뇌 전달도 방해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의 장애물로 여겨지는 장벽이다. 그랩바디-B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IGF1R)를 통해 약물의 효율적인 BBB 투과를 돕는 셔틀이다.

2023년 사노피에 퇴행성뇌질환 치료 이중항체 물질 ‘ABL301’을 기술이전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목을 받은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시총 1위 빅파마인 릴리와의 이번 계약으로 가장 ‘핫한’ 바이오텍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릴리와는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2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빅파마가 국내 바이오텍에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이를 계기로 그랩바디-B의 적응증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동안은 BBB 셔틀과 관련해 중추신경계(CNS) 부문을 강조해왔지만 릴리와의 이번 계약을 통해 근육, 비만 등 분야로도 적응증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미국 아이오니스(Ionis)의 공동 연구를 통해 뇌 질환을 넘어 근육으로의 전달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대표는 “릴리의 지분 투자는 향후 다양한 타깃과 적응증 확장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Grabody-T)’가 적용된 파이프라인에 대해 “내년부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랩바디-T는 종양 미세환경에서만 면역 T 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기존 4-1BB 단일항체의 간 독성 부작용을 줄이고, 항종양 활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랩바디-T 기반 ‘ABL111’은 위암 치료제 시장에서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 신약)’를 목표로 파트너사인 아이맵(I-Mab)과 함께 180명 규모의 대규모 임상 1b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담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이중항체 신약 ‘ABL001’은 미국 파트너사 콤파스 테라퓨틱스 주도로 임상 2/3상이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내년 1분기 말 발표될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가 긍정적일 경우, 202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 승인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며 “성공 시 국내 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신약으로 로열티 수익을 창출하는 또 다른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성장동력인 이중항체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에도 나선다.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으로는 ABL206와 ABL209가 있다.

이 대표는 “더이상 에이비엘바이오는 대한민국에서조차 변방에 머무르는 바이오텍이 아니라 ADC플랫폼과 ADC필드를 지도하는 바이오텍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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