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위한 기업은 단명, 도의 잊으면 발전 무용”
인사에 있어 내가족 굳이 배척않으나 각별히 신경도 안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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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은 지난 1975년 9월 17일 내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개인을 위한 기업은 망하고 만다. 인류나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이어야만 그 사업이 발전할 수 있다”며 ‘사업보국’과 ‘인재제일’로 요약되는 자신의 경영이념을 강조했다. [헤럴드DB] |
-삼성의 20년사는 실로 놀라운 신장의 역사였다. 오늘의 삼성그룹이 형성될 수 있었던 사업 비결, 그리고 이 회장 자신의 경영철학이 있다면.
▶내가 경영에 있어 큰 기술이나 비결이라도 간직한 것처럼 여러분들은 생각하나 실은 특별한 기술없이 평범한 운영을 해나왔다.
내가 지금까지 매스컴에 나서기를 사양했던 것은 무슨 특출한 비결이라도 있을까 기대하고있는 여러분에게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는 미안한 생각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나이도 70에 가까워졌고 이야기할 시간도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아 앞으로는 내가 아는 데까지 여러분들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삼성은 어느 사업에 착수할 때나 그 사업이 우리나라 국민의 복지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냐 아니냐를 먼저 검토했다.
그 다음에는 사업을 운영해나갈 사람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사업은 자금과 계획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첫째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나 누구든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보다는 건강하고 정직·성실한 인격의 소유자를 택했다. 또 역량이 있어야 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은 갑자기 얻을 수는 없는 것이며 꾸준한 인재 양성을 통해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은 지금까지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두어왔고 앞으로 삼성이 존재하는 한 이 노력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나는 40여년전 기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바로 여기에 경영철학을 두고 출발했었다.
나는 26세 때 처음 기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전표나 수표에 직접 도장을 찍어본 일이 한번도 없다.
나는 일단 입사를 하면 영원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공정한 승진의 기회를 주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정당한 보수를 주었다.
또 사장에서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지도력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전책임을 맡겨 자기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수 있도록 했다.
나는 인사에 있어 내 가족을 굳이 배척하지는 않았지만 각별히 신경을 기울여 공정한 인사원칙에 어긋남이 없도록 노력했었다.
이것이 나의 확고한 경영방침이다. 이 이외에는 경영에 비결이 따로 없는 줄 안다.
-지난 20년간의 삼성의 창업역사 속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담겨져 있다고 보는데 가장 어려웠던 고비는?
▶첫째는 해방전의 일로 정미소와 운수업을 운영하던 중 만주사변이 돌발하여 당시 식산은행이 대출을 중단하는 바람에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고 두번째는 전재산을 털어 인천세관에 각종 물자를 도입해놓고 미쳐 통관도 하기 전에 6.25동란이 발발되어 잿더미가 되어버려 실로 표현할 수 없는 곤경에 빠졌었다. 또한 동란중 부산에 내려가 사무실을 얻을 돈마저 없는 궁지에 몰렸다가 삼성물산을 다시 일으키기까지 뼈저린 고생을 치렀다.
그 이후는 4.19와 5.16 당시였다. 나는 당시 정치보다는 경제가 우선이라는 생각 아래 산업자본을 축적하느라 온갖 노력을 경주하여 오던 차에 부정축재로 몰렸을 때였다.
당시 나는 벌금으로 인한 자금난과 삼성의 대외 위신 추락 등으로 커다란 곤경을 겪었다.
-앞으로의 새로운 사업계획은?
▶나는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시책에 부응키 위해 이미 수년전부터 중공업, 조선, 화학 등 사업에 착수해 왔다. 그러나 오일 쇼크 이후 여러가지 국제정세가 달라져서 현재 진행중인 것도 있고 또 내년 상반기 중으로 미루고 있는 것도 있다.
새로 추진중인 사업으로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우선은 조선분야와 폴리에스터 조원료인 PTA공장 건설 작업만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2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내년도 수출 계획은?
▶삼성물산이 종합무역상사로 시작한 것이 지난 1월이기때문에 오는 10월말까지 2억달러 수출목표를 달성한다면 10개월간의 성과로 보아야 한다.
내년도의 수출신장율은 50%로 계획하고 있어 그 목표액은 3억5000만달러가 될 것이다. 올해 목표달성을 위해 현재 전사원이 온 정력을 쏟고 있으며 내년도 50% 신장을 위한 신시장개척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수출신장을 위해 우수한 수출 상품을 만드는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전망은?
▶1920년대의 세계의 모든 경제 학자나 전문가들은 경기변동을 도저히 인력으로 막을 수 없다는 학설을 정설로 삼아왔다.
그러나 40년 이후 70년까지 30년동안 모든 경영학과 경제정책이 발달되고 산업구조도 다기화되자 이들 학자나 전문가들은 경기를 정치 행정력으로 좌우할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러나 73년 이후에는 다시 경기는 인위적으로 조심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학자들이 늘어났다.
다만 경기의 역사를 보면 호황과 불황은 주기적으로 뒤바뀌는 것이 확실하다.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구주(유럽)제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균형발전 그리고 계열화 등을 통한 공존 등이 절실한 과제로 등장되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없이는 대기업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공업을 예로 든다면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고 해도 전체부품을 모두 생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적어도 70%정도는 중소규모의 전문생산업체에 의존해야 한다.
이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균형있게 발전되어야 할 숙명에 놓여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생산코스트를 최대한 낮추는 노력을 부단히 경주해야 한다. 이점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도의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견은?
▶나는 기업활동 후반에 들면서부터 내 사업의 절반이상을 국민의 도의심 향상에 바치지 않았던가 생각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든 국민생활에 공헌이 크면 다행한 일이나 그렇지 못하다면 그처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기업이 국민을 속여 폭리를 취한다면 결국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해 기업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잃게 된다.
또한 부단한 경영합리화를 통해 원가절감을 이룩하여 국민의 지출을 줄여주는 노력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값지게 치러야 될 것이다. 근간에 규모있는 회사들이 부실화되어 부도나 은행관리사태를 빚는 일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러한 기업 운영의 도리를 소홀히 한 탓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기 한 개인을 위한 기업은 망하고 만다는 것이나 인류나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이라야만 그 사업이 발전할 수 있고 기업가로서는 그 사명을 다하는 것이지 엎어놓고 돈만 벌겠다는 생각에만 이끌려서는 안 된다.
바로 이것이 기업가가 지켜야 할 기업윤리일 것이며, 기업가가 이것을 지키지 않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는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부실기업이 속출한다는 것은 국가경제에 커다란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삼성이 정부가 징수하는 전체 세금의 3%를 맡고 있다. 바꿔 말해서 삼성같은 회사가 30개만 있다면 국민 대부분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한다면 아마 놀랄 것이다. 이런 뜻에서 나는 앞으로 삼성같은 회사가 많이 나와 주기를 바란다.
-부익부·빈익빈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삼성의 재산은 이미 공개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나는 내 가족의 재산은 삼성 총주식의 10%에 미달된다. 이 부의 재분배문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1천달러를 넘어선 이후에 다루자는 것이다.
그때가서 얼마든지 재분배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 그때 가서야 문제삼을 일이다. 현재 국민소득 5백달러선에서 분배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기업이 자본의 축적을 통해 규모를 확대하면 생산단가가 그만큼 싸지는 것이며 이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생활에 도움을 줄 뿐아니라 무역에 큰 플러스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건값이 싸면 그만큼 경쟁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내 지금 소신으로는 1천달러 선을 넘을 때까지는 부익부 빈익빈 속에 있다하더라도 이로인한 사회적 제 문제는 정치적으로 밀고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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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은 지난 1975년 9월 17일 내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개인을 위한 기업은 망하고 만다. 인류나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이어야만 그 사업이 발전할 수 있다”며 ‘사업보국’과 ‘인재제일’로 요약되는 자신의 경영이념을 강조했다. [헤럴드DB] |
-세간에는 삼성의 후계자에 대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구상해본 적은?
▶삼성그룹 전체를 내 뒤를 이어 맡게 될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나자신 아직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두고보아야 할 것 같다.
전체를 대표하려면 아직 더 양성되어 경쟁력을 쌓아야 할 것이며 현재로서는 그 자리를 맡을 사람은 윤곽은 잡혀있지만 그중 누가 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자본과 경영이 완전히 분리되어야만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될 수 있다고만은 볼 수 없다.
미국은 자본과 경영이 분리를 완전히 이룩했고 인근 일본도 흉내를 내고 있지만 영국, 불란서(프랑스)등 구주(유럽)의 기업들은 가족들만의 경영체제아래 건실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것이 더 좋겠느냐는 것은 나로서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 내 자리를 내 아들에게 넘겨줄 것인가 아니면 외부인에게 물려줄 것인가를 묻는다면 인정으로 보아서 똑같은 여건이라면 한집안 안에서 전하는 것이 좋겠다고 본다.
그렇지만 비록 아들이라 하더라도 내 자리를 맡아 할 능력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구태여 넘겨 줄 생각은 없다는 것을 밝혀둔다. 지금 나는 후계자 선택의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문화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는데 앞으로의 새로운 구상이라도?
▶나는 지금까지 재산이 아무리 많다해도 그 재산이 개인 소유라고 생각해본 일은 없다. 나는 10년전 국가를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아래 문화사업을 일으키기로 결심했었다.
나는 당시 내 개인재산으로 1백80억원이 있었다. 이 재산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없는 아들에게 물려주었을 경우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 아래 이를 3등분으로 나누어 3분의 1은 사회에 기증하고 3분의 1은 창업유공자에게, 나머지는 내 가족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기로 결정했었다.
나는 60억원의 자금으로 문화재단을 세워 우리 나라의 도의문화를 위해 봉사하기로 했다. 나는 경제가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들이 지켜야 할 도의를 잊고 윤리를 저버린다면 우리나라 역사와 사회를 재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도의 문화 계몽에 투자한 자금은 한정되어 있어 국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삼성문화재단은 앞으로 계속 도의문화를 확립시키는 사업에 노력을 집결시킬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경영에 대한 견해는?
▶신문도 하나의 기업이다.
신문이라 해서 어떤 특권이 부여된 무관의 제왕으로 자처할 수만은 없다. 그리고 신문이 그 소기의 사명을 다하려면 제작만이 아니라 경영합리화를 통한 독립채산을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신문도 그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시켜 부수확대와 경비절감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한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일할수 있는 사람을 뽑을 때 용모나 인품에 중점을 둔다는데.
▶인재를 잘 선택한다는 것은 사업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나는 지난 20년간 대학을 나온 사람을 신규채용할 때는 만사를 제쳐놓고 면접에 참여했다.
나의 면접 평가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내려지는데 평가의 중점은 첫째, 몸이 건강해야겠고 둘째 용모가 단정해야하며 대화를 활달하게 하느냐에 두고 있다.
나는 특별히 우수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학문을 그렇게 중시할 필요가 없으며 먼저 인간을 보아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나는 면접에 50%의 비중을 두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인재를 선발해온 경험을 통해 내 나름대로의 잊을 수 없는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
4.19 직후였다. 검찰은 부정축재 사건과 관련하여 삼성의 말단 계원을 소환해서 탈세혐의를 추궁하자 책임을 윗사람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기 책임아래 이루어졌다고 단호히 진술했다.
그후 계속 소환당한 과장, 부장, 상무, 전무의 답변도 동일했다. 책임 소재를 가리지 못한 검찰은 결국 나를 불렀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검찰에 출두하여 탈세는 내가 직접 지시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당시 담당검사가 책임을 미루지 앓고 서로 자기가 했다고 진술하는 회사는 삼성밖에 없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표현할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성실하고 책임있는 사람을 길러냈다는 자부심을 가졌다.
금년도 공개모집에서는 3천여명의 응모자 중에서 1백50명을 채용했다. 나는 이점을 실로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놓친 사람 중에는 아까운 인재가 분명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인간상과 싫어하는 인간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지성과 사리에 밝은 사람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서로 사귀어 친분을 맺는다.
또한 자기가 맡은 일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다 일을 저지르는 것은 용서하되 맡은 소임을 게을리하여 사고를 내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지론이다.
-젊은 경영인이나 직장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 자신에 부족한점이 많아 그러한 이야기를 할 처지가 못된다. 그러나 내가 태어났던 1910년대에 한일합병이 되어 나라를 잃어 36년간 일제의 압박을 겪었고 8.15해방 이후 창업육성기에 온갖 고생을 맛보았으며 4.19, 5.16을 겪으면서 많은 파란을 풍파를 겪어야만 했다.
이런 내 과거가 객관적으로 보다 잘된 것이라면 젊은 경영인이나 직장인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현재 나의 전기를 쓰고 있다. 이것은 금년내로 끝낼 작정이다.
-평소의 건강관리는?
-별다른 방법은 없으나 규칙적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다.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8시간 수면을 취한다.
박재정 편집국 차장 겸 취재2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