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케어 특화…생성형AI와 차별화
6개국어 서비스…의학적 효과 검증
“이 앱은 필요없어지는 게 궁극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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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현(왼쪽) 블루시그넘 대표와 오픈AI가 블루시그넘에 수여한 ‘100억 토큰’ 트로피 [블루시그넘 제공·최은지 기자] |
사람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한 이용자는 인공지능(AI) 기반 심리상담 서비스 ‘라임 AI’와의 대화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했다. 이제 주변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대면 심리상담으로도 할 수 없었던 변화다. 그는 ‘라임 AI’를 만든 회사까지 방문해 감사를 표했다.
멘탈 웰니스 스타트업 ‘블루시그넘’의 윤정현 대표(28)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직접 전하는 이용자를 보고 팀원들도 눈물이 맺혔다”며 “이용자들의 진정한 변화가 ‘블루시그넘’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MWC 2025’에서 출시된 후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MAU) 2만명을 돌파한 ‘라임 AI’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AI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스트레스 분석 보고서와 함께 개별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관리 전략을 제공한다.
‘스트레스 관리’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챗GPT 등 생성형 AI와 차별화된다. 단순히 공감과 조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실제 생활에서 즉시 적용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전문적인 심리학 연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트레스 관리 기법 중 최적의 방식을 추천한다.
일상 속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마주했을 때, 사건 자체보다 해석하고 반추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증폭되곤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누리소통망(SNS)의 영향으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라임 AI’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찾는 이용자들을 위해 탄생했다.
윤 대표는 “이 앱은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지만, 당분간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용자들은 열광하고 있고, ‘충성 이용자’가 늘어났다.
‘라임 AI’는 다양한 언어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이용자들의 요청에 현재 6개국 언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으로 애플워치를 통해 심박수를 분석, ‘실시간 피로도’를 측정하고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라임 AI’의 스트레스 경감 효과를 의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국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라임 AI’의 다국적 이용자 300명을 대상으로 텍스트 기반 AI 심리 상담이 스트레스 완화와 정신건강 증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문과생’이었던 윤 대표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해 기계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친구들과 감정을 교류하는 ‘펭귄 로봇’을 만드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지만 병원의 문턱이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시작했고, 2021년 하루의 기분을 간단한 이모티콘으로 기록해 감정의 흐름을 파악하는 무드 트래킹 앱 ‘하루콩’을 출시했다. 그렇게 스타트업 ‘블루시그넘’이 태어났다. ‘하루콩’은 올해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회를 돌파했다. 이후 감정 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 ‘무디’에 이어 ‘라임 AI’까지 출시하며 전방위 ‘멘탈 케어’를 위해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창업 4주년을 맞이한 2025년은 ‘블루시그넘’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해다. 블루시그넘은 최근 오픈AI의 ‘100억 토큰’ 기업으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100억 토큰을 넘어선 기업은 손에 꼽힌다. 윤 대표는 “많은 이용자가 있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마음이 힘든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에 슬프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와 표재우 창업자는 올해 글로벌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선정한 ‘아시아 30세 미만 리더 30인’ 헬스케어&과학 부문에 선정됐다. AI 등 혁신 기술을 이용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점을 인정받았다.
전 세계인의 정신건강을 어루만져주고 있는 윤 대표는 전 세계 이용자들의 ‘정신건강 지키기’에 진심이다. 지난 3월 서울대를 자퇴하고 일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 환자를 위한 음주 기록 앱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표는 “전 세계 유저 3억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3억명은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전 세계에서 우울증을 앓는 인구수다.
최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