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11월 기록적 폭우…곳곳 침수·산사태 우려

FLOOD
폭우로 연못이 넘쳐 21일 오후 남가주 오렌지카운티 헌팅턴비치 주택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AP=연합>

남가주 지역이 잇따른 폭풍전선의 영향으로 올해 11월 역대 최다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해안 지역에서는 이달 들어 8.9인치(약 226mm)의 비가 내려 21일 오후 기준 관측 사상 가장 습도가 높은 11월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기상청(NWS)은 22일까지 산발적으로 약한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으나 27일 시작되는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에는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블랙프라이데이인 28일 이후 다시 비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은 5.52인치의 강수량을 나타내 1877년부터 강수량을 측정해온 이래 역대 다섯 번째로 많은 비를 기록했다. LA다운타운 지역의 역대 11월 최고 강수량은 1965년의 9.68인치였다.

국립기상청 옥스나드 지청에 따르면, 1941년 관측을 시작한 산타바바라 공항은 이달들어서만 8.9인치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1965년의 기록(6.92인치)을 경신했다. 밴나이스(5.18인치), 산루이스오비스포 공항(3.69인치) 역시 각각 11월 평균 강수량의 7배, 2.5배에 달하는 수준을 기록해 관측 이래 가장 습한 11월이 됐다.

UCLA캠퍼스가 있는 웨스트LA지역은 이달들어 7.3인치의 강수량으로 역대 네 번째로 비가 많은 11월을 기록했다. 옥스나드(7.11인치·역대 3위), 우드랜드힐스(6.77인치·역대4위), 버뱅크 공항(6.03인치·역대5위), LA국제공항(4.59인치·역대 5위)도 기록적인 강수량을 나타냈다.

이번 비는 최근 산불 피해지에서 대규모 산사태를 유발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으나, 가을 산불 시즌을 사실상 종료시킬 만큼 충분했다고 LA타임즈가 전했다.전문가들은 산불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저지대에 최소 3~4인치의 광범위한 강수가 필요하다고 설명해 왔다.

TREE-KILLED DRIVER
강풍과 폭우로 약해진 지반으로 뿌리 채 뽑힌 큰 나무가 차량을 덮쳐 1명이 사망했다.<KTLA영상 캡처>

21일 오후 샌퍼난도 밸리에서 큰 나무가 쓰러져 차량 위로 떨어지면서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로스앤젤레스 소방대원들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직후 위네트카 메이슨 애비뉴 7300번지 인근 지역으로 출동, 사고현장에서 대형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차량 두 대를 덮쳤고 그 중 한 대에 타고 있던 인근 주민 1명이 즉사했다고 전했다.

KTLA방송국의 스카이5 촬영 영상에는 쓰러진 나무에 완전히 깔린 닛산 SUV가 포착됐으며, 구조대원들이 운전석 문을 제거해 남성 피해자를 구조했으나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이번 주 남가주 일대를 강타한 일련의 폭우로 인해 발생한 강풍과 매우 물러진 토양이 치명적으로 결합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오렌지카운티에서는 20일밤 동부 데이나포인트 하버에서 강풍이 보고되며 12피트 길이의 철제 펜스가 70피트나 날아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초기 보고에서는 토네이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기상청 분석 결과 회전 흔적이 없어 그 가능성은 배제됐다.

웨스트민스터에서는 20일 밤 9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1.84인치의 폭우가 내리며 홍수 신고가 잇따랐다. 가든그로브의 한 관측소 역시 같은 시간대 1.5인치를 기록했다. 헌팅턴비치의 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 1번도로 일부 구간은 침수로 폐쇄됐고, 레돈도비치·팔름스 등지에서도 차량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산타바바라 시내 주요 도로인 스테이트·아나카파 스트리트에서는 차량이 물에 잠겼고, 롱비치에서는 710번과 91번 프리웨이 연결램프가 침수돼 폐쇄됐다. 벤추라카운티에서는 150번 도로에 3피트 크기의 바위가 굴러떨어져 차량 통행이 막혔다. 팔로스버디스에서는 산사태가, 선랜드 북쪽에서는 낙석이 보고됐다.

21일 새벽, 샌버나디노 산맥으로 향하는 330번 도로에서도 홍수와 낙석이 발생했다. 어바인에서는 133번 도로 남쪽 출구램프가 침수돼 여러 대의 차량이 갇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빅베어 호수 인근 고지대에서는 폭설로 차량 12대가 고립되기도 했다.

한편 LA카운티 지역은 22일 오전까지 10~20%의 강우 확률이 있으며, 오렌지카운티·샌디에이고·인랜드 엠파이어 일부에서는 남·동쪽에서 돌아드는 비구름의 영향으로 약한 비가 지속될 수 있다.

샌버나디노·리버사이드 일대의 해발 6천500피트 이상의 고지대에는 22일 오전까지 겨울폭풍 경보가 발령됐다. 고도에 따라 4~16인치의 습한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빅베어 호수(해발 6,752피트)도 상당한 적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