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과 패싸움 벌여 16명 체포”…반중정서 얼마나 심했으면

(왼쪽에서 두번째)키르기스스탄의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이 말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인과 중국인 노동자들 간 패싸움이 일어나 파장이 일고 있다.

24일 키르기스 매체인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TCA)에 따르면, 지난 15일 북부 추이주 콘스탄티노프카 마을에서 키르기스와 중국의 건설현장 노동자 수십명이 패싸움을 벌였다.

좁은 도로에서 어느 쪽 트럭이 먼저 통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말다툼을 한 것이 폭력으로 비화됐다.

경찰은 자국민 16명을 체포하고 중국인 일부를 포함한 다른 44명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경찰이 싸움 가담자를 체포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경찰에 대한 현지인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패싸움은 중국 측이 키르기스스탄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끌어들여 일하도록 해 현지인들의 반중 감정이 번지는 가운데 일어났다고 TCA는 짚었다. 중국은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1대 채권국으로 키르기스 외채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현지에서는 이번 패싸움이 정치·외교 일정과 맞물려 어떤 파장을 가져올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30일 총선이 예정돼 있고, 19일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키르기스에 방문하기 때문이다.

수도 비슈케크에서는 혹여 중국인에 대한 키르기스인들의 불만이 대규모 시위 등으로 분출할 수 있어 질서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 대통령은 “일상적인 갈등이 국가 간 문제로 비화해선 안 된다”라고 패싸움의 의미를 축소하며 “누구든지 선을 넘으면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베크 쿨루바예프 외무장관도 “중국인들은 노동 비자로 (키르기스스탄에서) 일하고 있고 비자 기간이 만료되면 떠난다”며 ‘중국인이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한 뒤, 패싸움 문제를 과대 해석하지 말라고 자국민에게 주문했다.

키르기스 당국은 중국인 노동자들에게도 키르기스인을 존중하며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키르기스인과 중국인 간 충돌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1년 8월 동부 나린주의 한 금광에서는 금광을 개발하는 중국 업체가 목초지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는 현지 주민들과 중국인 노동자들 간 충돌이 발생했다.

2019년 8월에는 나린주의 또 다른 금광에서도 충돌이 일어났다. 현지 주민 500여명이 금광 개발에 따른 오염으로 가축이 대거 죽었다면서 금광으로 몰려가 중국 노동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중국인 노동자 20명이 부상해 입원했고, 주민 일부도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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