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가자지구 재건에 최소 700억달러 필요…세수 급감·재정 봉쇄”

가자지구 1인당 GDP,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급감

가자 70% 파괴…“경제 22년 후퇴”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자이툰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후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 여성이 침수된 텐트 밖에 앉아 있다. [EPA]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인간이 만든 구렁텅이(a human-made abyss)’로 전락한 가자지구를 재건하려면 700억달러(약 100조원) 이상이 필요하고, 회복에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유엔 분석이 나왔다.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는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구’(OPT) 경제보고서에서, 2년여에 걸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인프라·생산 자산·공공서비스가 광범위하게 파괴되며 수십 년간의 경제적 진전이 사실상 소멸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가자지구에서 파손된 구조물은 17만4500여 건, 지역 전체 구조물의 70%에 이른다. 2023년 말 기준 OPT 전체 실질 GDP는 2010년 수준으로 후퇴했고, 역대 최대치였던 2019년의 69% 수준에 그쳤다.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 중에서도 전쟁의 직접 피해를 겪은 가자지구로 초점을 좁히고 1인당 GDP를 살펴본 결과는 더욱 심각했다.

2015년 기준 달러 가치로 따진 가자지구의 1인당 실질 GDP는 2005년 2508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이스라엘의 봉쇄 등으로 전쟁 직전 해인 2022년에는 1253달러로 감소했으며, 가자지구 전쟁이 일어난 2023년에는 970달러로 떨어졌고 2024년에는 161달러로 추락했다.

보고서는 “22년간의 경제적 진전이 단 15개월 만에 사라져버리고 세계 최빈국 중 하나가 돼버렸다”며 “이 지역에서의 경제 붕괴는 최근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제 위축 사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탓에 가자지구에서 생존에 필요한 모든 필수요소가 타격을 입었으며 주민 230만명이 “극도의 다각적 빈곤화”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자지구가 아닌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폭력, 정착촌 확대 가속화, 근로자 이동성 제한”으로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세수 급감과 이스라엘 정부의 재정 이전 중단으로 팔레스타인 정부의 필수 공공 서비스 유지 및 회복 투자 능력이 심각하게 제약받고 있다”며 “이는 파괴된 인프라 재건과 악화하는 환경 및 사회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막대한 지출이 필요한 중대한 시점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상당한 원조가 있더라도 2023년 10월 이전 GDP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상대 테러 공격으로 약 1200명을 살해하면서 발발했다.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약 6만9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사망자 대부분은 민간인이다.

가자지구 전쟁은 발발 2년여 만인 올해 10월 10일 미국 등의 중재에 따른 휴전으로 중단됐으며, 불안정한 상태이긴 하지만 휴전이 유지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휴전 이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342명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 측은 같은 기간에 무장세력의 총격으로 자국 군인 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하마스와 그 소규모 동맹 세력인 이슬람 지하드는 휴전 협정 조건에 따라 또 다른 이스라엘 인질의 시신을 인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슬람 지하드의 공보담당자는 인질의 시신이 24일 가자 중부지역 수색 작전 중에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시신 인도 지연이 휴전 조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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