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등 임원 인사 마무리
과감한 세대교체로 경영쇄신 의지
기술인재 요직에 배치 ‘미래 대비’
대내외 복합 위기·AI 산업전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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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전투와 같이 첨예한 상황에서 리더를 바꿀 경우 오히려 혼란과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어 조직의 안정성을 기하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3면
하지만 진짜 위기시에는 수장을 바꿔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리더십 하에 혁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옳은 선택일 수 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도 그의 저서(‘효과적인 최고 경영자’)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자리를 지키게 놔두면 다른 사람들까지 망가진다. 그것은 조직 전체에 대단히 불공평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26년도 재계 정기 임원인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주요 그룹들은 이번 인사에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쇄신 의지를 보인 동시에 기술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요직에 배치, 오로지 ‘실력’으로 미래에 대비토록 했다. 그만큼 올해보다 내년도 경영 환경이 더 혹독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아울러 정치·경제·외교·통상 부문의 복합 위기 환경 속 AI(인공지능)라는 거대한 산업전환의 기로에서 탈피 수준으로 변화하려는 고민의 흔적도 느낄 수 있다.
스타트는 SK가 끊었다. SK는 지난달 30일 신임 SK텔레콤 사장에 정재헌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를 선임했다. 유영상 전 SK텔레콤 사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7일에는 삼성의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8년만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장에서 물러나 경영 일선에서 용퇴했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비상 조직으로 신설된 사업지원TF는 TF를 떼고 정식 사업지원실로 개편됐다.
21일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 모바일·가전(DX) 사업의 노태문 사장으로 투톱 체제를 확립했다. 노태문 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직무대행’을 떼고 정식 DX부문장이 됐다. 전 부회장이 맡았던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직에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부문의 글로벌 석학인 박홍근 교수를 신규 위촉했다. 삼성전자는 일반 임원 인사에서도 AI와 로봇,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래 기술 인재를 다수 승진시켰다.
롯데는 올해 어느 그룹보다 과감한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6일 인사에서 전체 CEO의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을 교체했다. 지난해 21명의 CEO가 교체된 것을 고려하면 2년새 전체 CEO의 3분의 2가 교체된 셈이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 부회장단 전원이 물러났다.
LG도 지난 27일 인사에서 주력 계열사 2곳(LG전자·LG화학)을 사령탑을 바꿨다. LG전자는 생활가전사업의 견고한 성장을 이끈 류재철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며 근원적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로 입사한 류 사장은 2021년부터 LG전자의 주력사업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H&A사업본부장을 맡아 LG 생활가전을 단일 브랜드 기준 글로벌 1등 지위에 올려놓았다. 지난 4년간 LG전자를 이끈 조주완 사장은 용퇴했다.
LG는 제품과 미래 기술 경쟁이 사업 성과를 좌우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분야를 포함한 R&D 인재를 전략적으로 중용하는 인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5년간 선임된 신규 임원 중 25% 이상이 R&D 분야 인재다. 서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