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내 부동산 취득 자금출처 따진다

서울 용산구 남산 전망대에서 마포구와 영등포구 일대 아파트와 빌딩들이 보이고 있다. [헤럴드경제DB]

 

1992년생 중국 국적 A씨는 국내 연소득이 9000만원 수준인데, 국내 금융기관 근저당권 설정 없이 전액 현금으로 서울 성북구 성북동 단독주택을 119억6894만원에 매입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사업소득을 제3국 은행으로 송금한 뒤 이를 다시 국내 은행에 입금해 자금을 조달했다. 해외 사업 소득의 구체적 내역과 실체, 자금 실질 출처에 대한 소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정부가 국내에서 부동산을 취득하는 외국인의 자금 출처와 체류 자격을 대폭 강화해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2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의결하고 주택을 살 때 제출하는 주택 취득 자금 조달 및 입주 계획서에 자금 흐름을 세분화해 적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해외 예금을 국내로 송금한 경우 금융기관명과 계좌 정보를 적고 가상자산을 매각해 매입 자금을 마련했을 경우 매각 금액과 사용 내역을 기재하도록 했다. 외화를 직접 반입했다면 외국환신고필증이나 수출입신고서를 첨부해야 한다. 증여나 상속으로 조달한 자금인지 여부와 이에 대한 세금 신고 여부도 확인 대상이다.

외국인의 체류 자격과 거주 상태도 거래신고서에 반영된다. 매수인은 비자 코드를 계약서에 표기해야 하고, 국내에 183일 이상 거소를 두고 있는지에 대해 제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의 거주 여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신고 양식이 없었다.

앞서 성북동 집을 120억원에 매수한 A씨처럼 외국인의 고가 주택 매입 사례가 늘면서,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세금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에 주택으로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은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국적이 6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전체 약 10만4000가구 중 5만9000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가 증가하면서 위법 의심 사례도 상당수 확인됐다. 국토부가 2023년 6월~2024년 6월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557건을 조사한 결과, 282건에서 위법이 의심됐다.

개정 사항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시행된다. 정부가 마련한 이번 시행령은 지난 8월 발표된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추진돼온 외국인 토지 및 주택 거래 관리 강화 흐름의 후속조치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인천 7개 구, 경기 23개 시·군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외국인이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매수 시 허가를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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