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국어·불영어…수시 탈락자 폭증, 정시 더 치열해진다 [세상&]

국어 만점자 261명 불과, 영어 1등급 3.1%
입시업계 “국어·영어가 정시 당락 가를 것”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불수능’이었단 결과가 나왔다. 채점을 마쳐보니 국어·영어 영역이 상당히 어려웠고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입시업계에서는 두 영역 성적이 이번 대입 정시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수능 채점 결과 국어 영역과 영어 영역이 상당히 어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전년도(139점)보다 무려 8점이나 오른 147점을 기록했다. 교육현장에서는 보통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을 넘어서면 다소 어려웠다고 평가한다.

국어 만점자 비율은 0.05%(261명)에 불과했다. 전년도(0.23%·1055명)보다도 크게 낮아졌다. 1등급 내 표준점수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는 14점으로 시험이 어려웠던 만큼 1등급 폭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이 차이가 8점에 불과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만점을 받고도 국어 고득점 학생을 이길 수 없는 구도가 형성됐다”면서 “상위권의 핵심 변별 과목은 국어”라고 말했다.

진학사 역시 “올해 의대 등을 노리는 최상위권 수험생의 당락은 수학에서의 실수를 국어에서 얼마나 커버하느냐가 아니라 ‘국어 고득점 여부’에서 결정될 확률이 높다”라고 평했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올해 수능 난이도 가운데 가장 높아 ‘역대급 불영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영어의 난이도는 1등급 비율로 나타나는데 채점 결과 해당 비율은 3.11%(1만5154명)에 불과했다. 상대평가 1등급 비율이 4%대인 점을 참작하면 훨씬 어렵게 출제된 셈이다. 전년도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6.22%(2만8587명)였다. 입시계에선 영어 영역의 1등급 비율이 6~8% 수준이면 적정한 난도로 본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 1등급 비율이 전년도 대비 반토막 날 정도로 어려웠기 때문에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미충족자가 속출하고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대폭 늘어날 수 있다”며 “올해는 영어가 당락 결정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학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는 평가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으로 전년도(140점)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최상위권 체감 난도는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표준점수 최고점을 획득한 수험생은 780명으로 전년도(1522명)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탐구영역은 전반적으로 전년도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는 평가다. 사회탐구에서는 세계지리(표준점수 최고점 73점)가 가장 어려웠고, 정치와 법(표준점수 최고점 67점)이 가장 쉬웠다.

과학탐구에서는 지구과학I과 물리학II(각각 표준점수 최고점 68점)가 가장 쉬웠고, 생명과학I(74점)이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

선택과목 간 난도 격차에 따른 유불리는 완화됐다. 사회탐구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최대 6점으로 전년도(11점)보다 줄었다. 전년도 8점 차가 났던 과학탐구도 6점 차로 감소했다.

대입에서는 ‘사탐런’ 현상에 따른 변수가 발생할 전망이다. 사탐런은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덜한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번 수능 채점 결과 사회탐구 9개 과목 2등급 이내 인원은 7만9611명이다. 전년도(6만1236명)보다 30.0%(1만8375명) 증가한 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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