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비둘기’ 파월에도…내년 금리인하 폭 ‘안갯속’

“기준금리 중립수준 도달”…당분간 동결 시사
단기국채 매입 재개…시장선 ‘미니 QE’ 해석
‘소비·AI효과’ 美경제성장률 1.8→2.3% 상향
2019년 이후 첫 3명 반대표…연준 분열 극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연준 내부에서 이견이 두드러진 데다 내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는 새 의장이 연준을 이끌게 돼 기준금리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이날 파월의 금리인하 발표가 TV로 방송되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보고 있는 모습. [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0.25%포인트 인하한 것은 ‘매파적 금리인하’로 해석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예상밖 비둘기파’로 기울어 시장을 놀래켰다. 파월 의장은 “FOMC 위원 중 누구도 다음에 금리인상 전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한 연준은 내달부터 400억달러 규모의 단기국채 매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양적완화를 시사한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깜짝 비둘기’ 파월…연준 단기국채 매입 재개=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하는 표면적으로는 ‘매파적 인하(hawkish cut)’로 분류된다. 금리를 내리면서도 연속 인하에 대한 신호는 철저히 차단했고, 점도표에서는 상당수 위원이 동결을 선호했다.

하지만 동시에 연준은 대차대조표 안정을 위해 단기국채 매입을 재개하며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냈다. 금리 경로는 긴축에 가깝게 관리하면서도, 금융시장의 유동성은 느슨하게 풀겠다는 이중 전략이다. 연준은 이번 정책 결정문에서 “지급준비금을 현재의 충분한(ample)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단기 국채 매입을 개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최근 단기자금 시장에서는 은행들의 준비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됐고, 자칫하면 2019년과 같은 레포시장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연준이 선제적으로 단기 국채 매입을 선언한 것은 금융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FT에 “파월 의장은 공격적인 매파는 아니지만, 금리 인하에 자동 조종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대신 금융시장을 떠받칠 완충장치는 열어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톰 사이먼스 제프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의 준비금 매입 속도는 예상보다 빠른 편”이라며 “이는 명백히 자금시장 스트레스를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2019년과 같은 위기를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차단 차원에서 막으려는 조치”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연준이 유동성 카드에 무게를 둔 데에는 최근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했다. 우선 10~11월 이어졌던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고용과 물가 통계가 정상적으로 집계되지 못했다. 연준은 최신 경제 지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준은 우선 400억달러 규모의 단기 국채를 매입하고 향후 몇 달간 높은 수준의 매입을 유지한 뒤 점차 축소할 계획이다.

JP모건은 “단기국채매입 발표는 다소 놀라웠다”고 짚었다.

도이치뱅크는 “단기국채매입 발표는 예상보다 1분기 빠르게 발표됐다”면서 “향후 경제여건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는 파월 의장 발언은 연준이 추가 인하 지연 방향으로 기울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분석했다.

▶연준 분열 극심…2019년 이후 첫 3명 반대표=이번 금리 결정에는 3명의 반대가 나왔다. 시카고 연은 총재 오스턴 굴즈비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제프리 슈미드는 금리 동결을 주장했고, 연준 이사 스티븐 미란은 오히려 0.50%포인트 인하를 요구했다. 인하 자체를 두고도 연준 내부 의견이 크게 갈린 셈이다.

더 주목받은 것은 점도표였다. 정책위원 6명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내년 이후 인하 횟수도 시장 기대보다 훨씬 적게 제시됐다. 시장이 예상하던 ‘연속 인하’ 시나리오는 점도표에서 사실상 부정된 셈이다.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수석 경제학자는 “이번 반대 의견은 연준 내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2026년에는 통화정책을 둘러싼 분열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점도표상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최고점과 최저점 간 격차가 200bp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이 때문에 시장은 이번 결정을 ‘매파적 금리 인하’로 받아들였다. 아트 호건 B.라일리웰스 수석 전략가는 로이터에 “이번 인하는 반대표가 나왔다는 점보다도 점도표에서 6명의 위원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본 점이 더 매파적으로 읽힌다”며 “전형적인 매파적 인하”라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로 추정되는 범위 안에 있다”며 “우리는 기다리면서 지금부터 경제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지켜보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가 성장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이때문에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비·AI 효과’ 내년 美성장률 상향…향후 금리인하 신중=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물가에 대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somewhat elevated)”이라고 평가했다. 또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2.3%로 제시했다. 이는 9월에 전망한 1.8%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치다. 올해 예상 성장률인 1.7%보다도 0.6%포인트 높다.

파월 의장은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한 배경이 생산성 향상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의 일부는 인공지능(AI)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실업률은 9월과 동일하게 4.4%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고, 인플레이션은 올해 2.9%에서 내년 2.4%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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