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 빼앗긴 AI 인재…“반도체 개발자도 부자 만들어줘야”

2026학년도 수시 모집 ‘의대 쏠림’ 여전
공학한림원 반도체특위 ‘인재양성’ 강조
“파격 보상으로 AI 종사자 위상 높여야”
외국인 인재 국내 정착 위한 지원도 필요

 

이달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부모 및 수험생이 긴 줄을 서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AI 반도체 종사자들에게 ‘부(富)의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AI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가이드라인 중 하나로 ‘인재양성과 연구동기 제고’를 제시했다.

AI 반도체 개발자들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과 최적의 연구환경 조성을 통해 고급 인재들의 국외 이탈 및 의대 쏠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백광현 중앙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연구자가 더 빨리, 더 큰 부자가 되는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며 “30대에 자산 20억~30억원을 만들 수 있는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AI 반도체 인재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 스톡옵션 한도를 대폭 상향하고 AI 반도체 박사과정 연구자에 대한 전문연구요원 등 병역특례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고급 인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에서 고려대·서울대·연세대 자연계열에 합격한 인원 중 1305명은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다른 대학교 의학 계열에 중복 합격해 등록을 포기하고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4.9%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를 선호하는 배경으로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인정 등이 꼽힌다. 이들을 AI 산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그에 못지 않은 처우를 제공하고 사회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달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 및 수험생이 배치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백광현 교수는 “DOC(Doctor of Chip)라는 부르는 학위를 신설하고 ‘국가 과학자·젊은 국가 과학자’ 제도에 AI 및 반도체 분야 최소 쿼터(선정 인원 20%)를 보장하면 더 많은 우수 인력이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쏠림과 함께 인재들의 국외 유출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등이 일제히 AI 시대 패권을 쥐기 위해 인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인재의 국외 유출이 심한 국가로 분류된다.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만명당 AI 기술 보유자의 순유출 규모가 -0.3명으로 조사됐다. 10만명당 3명은 국외로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인도, 헝가리, 터키에 이어 다섯 번째로 AI 인재 유출이 많았다.

그 대안으로 우리나라도 거꾸로 외국인 인재들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인재 육성만으로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해외 인재들의 정착을 유도할 매력적인 환경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해외 고급인재에 대한 ▷비자 심사기간 단축 ▷제출 서류 간소화 ▷부모 등 동반입국 허용범위 확대 ▷체류기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 의원은 이날 포럼에서 “해외로 나가는 국내 인재들은 못 잡는다. 우리나라보다 급여를 5~6배 받기 때문”이라며 “현실을 직시하고 AI 반도체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석·박사 과정의 외국인들이 한국에 쉽게 정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5단체가 지난 5월 발간한 ‘미래성장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인재에 대해 비자 요건을 간소화하고, 거주 및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중국은 ‘치밍(明)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명문대 출신들에게 주택 구입 보조금과 약 5억~9억원의 보너스를 안기며 고급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도 비자 및 영주권 제도 개편을 AI 반도체 인재에 우선 적용해 글로벌 톱 5% 인재를 한국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