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형 사업 확대·첨단 GPU 1.3만장 공급
투자 선순환 고리 작동 여부가 성공 가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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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AI 고속도로’와 벤처 생태계 재가동을 양축으로 내년 성장 전략을 구체화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AI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겠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한성숙·사진)는 ‘4대 벤처 강국 도약’ 기조 아래 팁스(TIPS)·모태펀드·R&D를 동시에 확장하는 방식으로 ‘판을 까는 정부’의 구체 실행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밑그림은 ‘예산의 방향’에서 뚜렷하다. 국회를 통과한 내년 중기부 예산은 16조5000억원 규모로, 특히 중소기업 R&D가 2조1959억원(2025년 1조5170억원)으로 확대됐다. 정책의 무게중심도 ‘기술·스케일업’으로 이동했다. 벤처투자 마중물인 모태펀드 출자도 올해 대비 3200억원 늘어난 8200억원으로 확정됐다. 유망 테크 스타트업의 해외법인 설립·기술 고도화 등을 묶어 지원하는 ‘유니콘 브릿지’(320억원)도 신규로 편성됐다.
‘핵심 레버’는 팁스 개편이다. 중기부는 ‘팁스 성과공유회’를 열고, 2026년부터 팁스 R&D 지원단가를 13년 만에 상향하는 등 성장 지원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창업 단계 팁스는 2년 5억원에서 2년 8억원으로, 스케일업 팁스는 과제당 최대 30억원으로 상향하고(신규과제 152개→300개), ‘글로벌 팁스’(4년 최대 60억원)도 신설한다는 구상이다.
‘민간이 먼저 투자하고 정부가 R&D로 증폭’시키는 팁스 방식의 기술개발(R&D) 예산 자체도 정부안 기준 1조1064억원으로 확대(2025년 6412억원)된다. ‘AI·딥테크 스타트업을 빠르게 키워 글로벌로 보낸다’는 목표를, 프로그램 설계로 끌어내린 셈이다.
AI 스타트업을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파트너’로 놓는 실증형 트랙도 병행된다. 중기부는 최근 ‘오픈데이터X(OpenData X) AI 챌린지’에서 서류심사를 통과한 스타트업 15개사를 선정하고, 맞춤형 지원사업 추천·소상공인 컨설팅·중소기업 성장·위험 예측 등 정책 과제를 실제 AI 모델로 해결하는 경쟁을 진행 중이다. 또 행정·정책 영역을 테스트베드로 열어주고, 성과가 나오면 확산시키기로 했다. 시장 이전에 공공이 먼저 수요를 만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AI에 벤처를 얹는’ 전략은 결국 연산자원(컴퓨팅)과 데이터 접근성이 받쳐줘야 현실이 된다. 정부는 2028년까지 5만2000장 이상의 첨단 GPU 확보를 목표로 국가 AI컴퓨팅 센터·슈퍼컴 6호기·정부 구매를 추진하고, 우선 확보한 1만3000장 규모 GPU를 산·학·연 등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장에선 ‘벤처 정착’ 성공을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스타트업이 제품 개발-고도화-상용화까지 이어갈 만큼 안정적으로 GPU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는 성장사다리의 촘촘한 연결이다. 팁스(창업)에서 스케일업·글로벌 트랙으로 넘어갈 때 단계가 끊기지 않아야 하고, 후속투자와 회수시장까지 이어지는 ‘투자 선순환’이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기부가 모태펀드 증액과 회수시장 활성화를 함께 묶은 것도 이 대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데이터·규제·조달의 일관성이다. AI 적용이 늘수록 데이터 활용 규칙, 책임 구조, 공공 조달의 기준이 기업 성장의 ‘숨은 규제’가 될 수밖에 없어 범정부 거버넌스 정합성이 요구된다.
정부는 내년 ‘4대 벤처 강국’ 구상을 실행 단계로 옮기겠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예산이 R&D·모태펀드·유니콘 육성으로 쏠리고, 팁스는 단가·트랙을 손봐 성장 단계별 지원을 강화하며, GPU 공급 정책이 맞물리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AI-벤처 결합’이 실제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