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필리조선소 언급하며 한화와 신형 호위함 협력 시사
미 해군력 강화에 한국 조선 투자 활용 가능성 부상
미국 건조 원칙 유지…한국 현지 건조는 당분간 제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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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2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의 ‘골든 플리트(Golden Fleet)’와 관련한 발표를 하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의 신형 호위함 건조를 한국 조선업체 한화와 함께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한국이 약속한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조선업 투자 패키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이 한미 조선 협력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해군의 신형 호위함 건조 계획을 소개하며 “해군은 한국 기업 한화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한 구상으로 ‘황금함대’를 제시했고, 신형 호위함은 그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 해군에 따르면 해당 호위함은 미국 최대 군함 조선업체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스(HII)가 설계한 레전드급 경비함을 기반으로 한다. HII는 2028년 진수를 목표로 첫 호위함을 건조할 계획이며, 해군은 이후 추가 물량을 다수 조선소에 분산 발주하는 ‘멀티야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해군은 “전투력을 가능한 한 빠르게 인도하는 조선소”를 기준으로 경쟁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인수해 운영 중인 필리조선소가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다시 열고 있다”며 필리조선소를 직접 언급했다. 존 펠란 해군 장관도 “황금함대 건조는 미국 전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라며 필라델피아부터 샌디에이고, 메인주와 미시시피주, 오대호와 멕시코만 연안까지 조선소 전반에 일감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최근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최대 주주 지분을 확보했는데, 오스탈은 미국 모바일과 샌디에이고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며 미 해군에 군함을 납품해온 이력이 있다. 이에 따라 오스탈을 매개로 한화의 미 해군 사업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심은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1500억달러 규모 조선업 전용 투자 패키지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가 실제로 호위함 건조에 투입될지 여부다. 해당 패키지는 투자·대출·보증으로 구성돼 있으며, 양국은 지난해 11월 투자 절차의 큰 틀을 담은 양해각서에 서명했지만 아직 첫 투자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 해군 호위함 건조에 MASGA 자금이 활용되는 방안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조선업 재건과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미 해군 함정을 한국 현지 조선소에서 건조할 가능성은 당분간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번스-톨레프슨법을 사실상 재확인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조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 권한을 활용해 한국 건조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왔지만, 지역구에 미국 조선소를 둔 정치권의 반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미국 내 건조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한국 현지 건조를 허용할 여지는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