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곤 해본 일이 없습니다”…‘국민배우’ 안성기의 운명, 그가 남긴 말들

국민배우 안성기, 5일 별세 “영화, 운명적으로 해오고 있는 일”

 

고 안성기[연합]

 

영화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고, 해본 적도 없어요. 그냥 운명적으로 해오고 있는데, 매번 영화를 할 때마다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받아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이고, 그래서 계속 하는 것 같아요.

2015년 5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개봉 당시 안성기의 말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5일 별세한 안성기는 ‘국민 배우’로 70년 가까이 관객을 웃기고 울린 별이었다.

안성기는 1957년 아역배우로 시작해 5일 영영 눈을 감을 때까지 영화인으로 외길을 걸었다.

소매치기 소년부터 비리 경찰, 서민, 조직폭력배, 한물간 가수의 매니저 등 ‘천의 얼굴’을 소화하며 우리나라 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로 올랐다.

안성기는 1960년대까지 ‘하녀’, ‘얄개전’ 등 70여편 영화에서 아역배우로 활약했다.

잠시 영화계를 떠난 뒤 군 제대 후인 1977년 영화 ‘병사와 아가씨들’을 통해 성인 배우로 컴백했다.

당시에는 아역 배우는 성인 배우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안성기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등으로 관객의 마음을 샀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날’에서는 시골에서 상경해 변두리에 사는 순박한 청년 역으로 대종상영화제 신인상을 받았다.

배창호 감독의 ‘철인들’에서는 산업일꾼으로 나서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었다.

[연합]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에서는 안성기와 박중훈의 버디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두 배우는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할 수 있었다.

1999년에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것 없다’에서 살인범 역을 맡았으며,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에서는 원칙주의자 군인을 맡아 ‘1000만 배우’의 칭호, 아울러 “날 쏘고 가라” 등 수많은 명대사도 남겼다.

2006년에는 박중훈과 재회한 ‘라디오스타’에서 많은 관객을 울렸다.

이후 ‘화장’, ‘사냥’, ‘사자’, ‘한산 : 용의 출현’ 등에 출연해서도 열연을 펼쳤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작품은 김한민 감독의 ‘노량 : 죽음의 바다’였다.

안성기는 데뷔 후 TV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특유의 여유로운 연기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동서식품 커피 ‘맥심’ 광고 모델로는 38년간 있었으며, 한국광고주협회(KAA)의 ‘광고주가 뽑은 좋은 모델상’을 1995년과 2018년 2차례나 수상했다.

2013년에는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영예인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24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연합]

 

오래오래 영화배우로 살면서 늙지 않을 줄 알았고, 또 나이를 잊어버리고 살았어요. 최근 들어 시간과 나이는 멈출 수 없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영화로 여러분을 뵙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제58회 대종상 공로상을 받은 뒤 전한 영상에서 안성기의 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배우의 길을 계속 가는 것입니다. 후배들에게 ‘야, 내가 나이 들어 여기까지 갈 수 있었으니 너희도 여기까지는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배우의 정년을 늘리는 일을 한다고 할까.”

2006년 10월,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안성기의 말

안성기는 이날 별세했다.

안성기 배우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께 안성기가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한 지 6일 만이다.

안성기는 2019년부터 혈액암 투병을 해왔다. 최근 회복에 전념하며 작품 복귀를 준비했었다.

안성기는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재검진 중 암 재발이 확인됐다.

2020년 10월에 입원한 사실이 알려져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고, 2022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혈액암 투병 사실을 밝혔다.

[연합]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된다. 유족으로는 아내 오소영 씨와 아들 다빈·필립 씨가 있다.

발인은 9일 오전 6시.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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