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두고 매춘 진로지도’ ‘얼빠진’ 시위, 경찰 내사 돌입 [세상&]

소녀상 철거하라며 학교 시위한 극우단체
경찰 내사 시작…학교 앞 기동대도 배치
교육청 “학교와 소통하며 예의주시”


8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정문. 지난 7일부터 서초고 앞에 경찰 기동대가 배치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전새날 기자] ‘평화의 소녀상’ 철거 시위를 이어가는 극우 성향 시민 단체를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한다. 단체 회원들이 소녀상 철거 현수막을 내걸었던 고등학교 앞에는 경찰 기동대가 배치됐다.

교육청은 학생과 학습권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해 제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대응에도 극우 단체는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녀상 철거 시위에 서초고 앞 기동대 배치


8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앞에는 경찰 기동대가 배치돼 있었다. 정문과 후문에는 경찰 근무자가 1명씩 배치돼 경비근무를 하고 있었다. 최근 극우 성향 단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 기습적으로 벌인 소녀상 철거 시위에 대한 대응이다.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7일부터 기동대를 배치했고 당분간 상황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의 미신고 소녀상 철거 시위가 논란되자 경찰은 지난 7일 경찰은 서초경찰서를 집중 수사관서로 지정하고 수사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소녀상 옆에 ‘흉물’이라고 적힌 피켓이 놓인 사진을 공유하며 “이런 얼빠진…사자명예훼손입니다”라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가 올린 지난달 29일 서초고 앞 현수막을 펼쳐 찍은 사진. 해당 현수막에는 “매춘 진로지도 하니?”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페이스북 캡처]


특히 서초서는 지난달 29일 오후 위안부법폐지국민운동 회원들이 서초고 앞에서 ‘신성한 교정에 위안부상 세워두고 매춘 진로지도 하나’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사진을 촬영한 행위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당시 행위는 미신고 집회였다. 2인 이상 집회는 사전 신고가 원칙이다. 또 단체 회원들은 서초고 뿐 아니라 성동구의 무학여고에서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이날 서초고 관계자를 통해 지난달 29일 학생들의 반응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관계자는 “그날 학생들이 하교하면서 소식을 듣고 ‘정신 이상한 사람 아니냐’고 하더라”며 “‘(소녀상이) 자기것도 아닌데 왜 시끄럽게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8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교내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소녀상 설치 안내문에는 “역사를 개인이나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고 적혀있다. 이영기 기자.


서초고 앞을 지나던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서초고 안에 소녀상이 있는 줄 몰랐는데, 최근 기사 보고 알게 됐다. 오히려 홍보 효과 있는 것 아니냐”며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집회를 이끈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의 내사 착수도 ‘터무니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현수막만 펼친 게 어째서 집회·시위에 해당하느냐”며 “통상적으로 회원 2~3명이 늘 함께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경찰의 내사 착수에도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의 행동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학습권과 안전 위협하는 행위”


서울시교육청도 학교 주변에서 행해지는 집회·시위에 대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위와 관련해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학교 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가장 긴장도가 높았던 시점은 지난해 10월 말이다. 당시 무학여고와 서초고 인근에서 시위 예고가 이어지자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이 직접 현장을 찾아 소녀상 주변을 살피며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정 교육감은 “수능을 2주 앞두고 학교 부근에서 시위가 계획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8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인근 경찰 기동대 버스가 주차돼있다. 지난 7일부터 서초고 앞에 경찰 기동대가 배치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교육청은 관할 교육지원청과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 시위 예고 시 등·하교 시간대 학교 주변 순찰과 안전 관리를 강화했다. 또 하교 동선을 분리하는 등 학교 차원의 예방 조치도 병행했다. 학부모들에게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안전 지도를 안내했다. 다만 당시에도 예고된 집회는 무산됐고 개인 활동에 가까운 소규모 형태의 시위가 일어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은 또 “외부 주장과 무관하게 역사 교육은 교육 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을 위협하거나 혐오·선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제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시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보다는 소녀상을 공격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더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회에서는 학교 앞 혐오 시위를 제도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입법 논의도 진행 중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내에 교육감이 지정하는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특정 국적이나 인종을 대상으로 한 혐오 시위 개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학교 인근에서 벌어진 혐중 시위 논란을 계기로 추진됐는데, 학생들의 학습권과 통학권을 보다 폭넓게 보호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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